중미·阿 겨냥 ‘인종차별’ 논란인종갈등 해소에 노력했던 마틴 루서 킹 목사를 기리는 미국 기념일(15일·현지시간)을 앞두고 불거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이 미국과 국제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미 언론은 13일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일부 국가를 지칭해 ‘거지소굴’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일제히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공화·민주 양당 의원 6명과 회동한 자리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개혁법안 합의 도출을 위해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이티 등을 겨냥해 "왜 ‘거지소굴’ 같은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을 받아줘야 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와 백악관 행사장에서 이를 부인했다.

트위터에는 "내가 사용한 단어가 아니다"고 했으며,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에서는 "피부와 출생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행사 현장에서 기자가 큰 목소리로 "대통령은 인종주의자인가"고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고 출입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평소 적극적 반박 성명을 내놓던 백악관은 이번엔 조용했다.

여야 의원 회동에 참석했던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감이 가득하고 불쾌한 인종차별주의적인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팀 스콧 상원의원도 더빈 의원의 주장에 대해 "대체로 맞다"고 확인했다.

지난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의원으로 부각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를 지칭해 "인종차별적이고 종교적인 독설로 이뤄졌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도 반발했다.

아이티 정부는 "극도로 불쾌한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폴 알티도르 주미 아이티 대사는 "2010년 발생한 아이티 대지진 8주년 추모식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이어서 더 고통스럽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각국이 가입한 국제기구 아프리카연합(AU)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발언을 문제 삼았다.

보츠와나와 세네갈은 자국 주재 미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실(UNOHCHR)은 "미국 대통령이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발언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로 규정했다.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NBC뉴스는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 사례를 소개하면서 정보당국에서 일하는 한국계 여성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NBC에 따르면 이 여성은 지난해 가을 백악관에서 파키스탄에 장기 억류된 가족의 석방 문제에 관해 브리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출신을 묻자 이 여성은 "뉴욕"이라고 답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 "맨해튼"이라고 좀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고, "부모가 한국 출신"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옆사람에게 고개를 돌리며 "예쁜 한국 숙녀가 왜 북한과 협상하는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신 국가에 따라 경력이 결정돼야 한다는 인식을 보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여성은 외교관이 아니라 인질협상을 훈련받은 분석가라고 NBC는 소개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