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법조계에서는 살해 흔적 없애려 시신에 전분을 뿌린 30대에 대한 선고, 계약과 다른 중재기관에서 중재절차가 이뤄졌음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중재판정 효력이 모두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 불꽃놀이 때 하늘로 쏘아 올린 불꽃이 관중석에 떨어져 관람객이 화상을 입었을 경우 책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을 끌었다.

○…法, '전분 살인' 범인 2명에 징역 18년·10년 선고 옛 직장상사가 술을 마시면 폭행과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살해한 뒤, 시신에 전분과 흑설탕을 뿌리고 달아났던 이른바 '밀가루 살인사건' 피의자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성호)는 12일 옛 직장상사가 술 마시면 폭행과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살해한 뒤 시신에 전분과 흑설탕을 뿌리고 달아나 살인·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30)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범 남모(30) 씨는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정을 상세히 공유하고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하게 살해하는 등의 정황을 고려했을 때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업체 직원과 피해자의 의견을 종합했을 때 피해자가 피고인들을 힘들게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벌금 이상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정상 참작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6월 15일 서울 도봉구의 아파트에 침입해 자신이 다니던 인터넷 의류 쇼핑몰 대표 A(43)씨를 흉기로 47차례 찔러 살해한 뒤, 금고 안에 있던 6435만 원을 챙겨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의 중학교 동창이자 직장 동료인 공범 남 씨는 A씨가 회식을 마치고 돌아와 술에 취해 혼자 자고 있다고 이 씨에게 알린 혐의로 기소됐다.

남 씨는 범행 전 5∼6차례에 걸쳐 A씨의 돈 2000만 원을 훔쳐간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A씨로부터 평소 폭언과 욕설 등을 들었고, 이 씨가 잠적한 뒤 A씨가 찾아와 가족에게까지 위해를 가하겠다고 위협하자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전분과 흑설탕을 뿌렸다"고 진술했다.

○…계약서와 다른 기관에서 중재판정…"이의 없으면 동의한 것"계약서와 다른 중재기관에서 계약 분쟁과 관련한 국제중재절차가 진행되는데도 별다른 이견 없이 방치한 국내 기업이 아일랜드 기업에 거액의 중재판정 배상금을 물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2일 아일랜드의 기업 컨설팅 회사 P사가 국내 기업 컨설팅 회사 D사를 상대로 낸 중재판정 집행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합의와 다른 중재기관에서 선정한 중재인에 의해 절차가 진행됐다는 하자는 근본적이고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서 치유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중재판정이 적법하다는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2008년 P사와 D사는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두 회사 간 분쟁이 발생하면 국제상공회의소(ICC)가 중재기관으로서 중재인을 통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중재심판을 진행하기로 합의돼 있었다.

이후 2013년 두 회사는 프랜차이즈 수수료와 관련해 분쟁이 생겼다.

P사는 사전 계약과 달리 영국에 본부를 둔 공인중재인협회(CIARB) 아일랜드 지부에 중재신청을 냈다.

D사는 이러한 과정을 알고도 중재절차 과정에서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또 중재인이 정한 심문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CIARB가 선정한 중재인이 더블린에서 심문기일 절차를 진행했고, 'D사는 P사에 71만6423유로(한화 9억2163만 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D사는 뒤늦게 "합의하지 않은 중재기관에서 내린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P사가 우리 법원에 중재판정을 집행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1, 2심은 "D사가 기존에 약정했던 ICC의 중재절차를 통한 중재 등 절차적 권리를 포기하고 새로운 중재기관의 중재절차로 진행하는 것에 관해 새로 합의했다고 봐야 한다"며 중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법원 "불꽃쇼 중 관중석에 떨어진 불꽃 화상, 인재 아니다"춘천지법 형사 1단독 이문세 부장판사는 하늘로 쏘아 올린 불꽃이 관중석으로 떨어져 관객에게 화상을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등)로 기소된 불꽃쇼 운영자 A(54)씨와 행사 담당자 B(5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2016년 7월 8일 오후 8시 20분께 C(70)씨와 D(52)씨는 춘천시 소양 2교 인근 의암호 전망시설인 '소양강 스카이워크' 개장 행사에 참석해 관중석에서 불꽃쇼를 즐겼다.

한참 불꽃쇼가 진행되던 중 의암호 바지선에서 관중석으로 발사한 불꽃 12발 중 2발이 다른 것보다 멀리 날아가 관중석에 있던 C씨와 D씨에게 떨어졌다.

이 사고로 C씨는 왼쪽 손바닥과 손가락 부분에 2도 화상을, D씨는 목과 가슴 등에 1도 화상을 각각 입었다.

수사 기관은 당시 불꽃쇼 행사 담당자와 이 업체 운영자 등 2명을 업무상 과실 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점, 발사 각도를 적정히 조절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불꽃쇼 업체의 업무상 과실을 주장했다.

불꽃쇼 운영자 등은 관람객과 180m 떨어진 의암호에서 15도 각도로 불꽃을 발사해 60m가량 날아가 물 위로 떨어지도록 했고, 충분한 안전거리와 발사 각도를 유지했다고 항변했다.

이 부장판사는 "마지막 불꽃 중 일부가 다른 불꽃보다 더 멀리 날아가 발생한 이 사고는 화약류의 불량 가능성도 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들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불꽃 발사 전 이미 장착된 화약류에 불량이 있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거나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