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반년 만에 리더십 위기 로하니 대통령"더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하산 로하니(사진) 이란 대통령은 레임덕 대통령이 될 것이다."1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잡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란 수도 테헤란 등 80개 도시에서 이어진 반정부 시위가 일회적인 사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분석했다.

로하니 대통령이 2015년 서방과의 핵합의를 통한 경제 개방, 표현의 자유 보장 등 각종 경제·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며 지난해 7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이번 시위를 통해 정부를 믿지 못하는 민심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실업률 등 경제 실정은 물론 최고 종교지도자에 대한 비판 등 그간 금기시됐던 요구사항이 동시다발로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시위 양상이 이전과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신은 이번 시위가 로하니에게 위기이면서도 개혁의 걸림돌이었던 강경 보수파 성직자를 변화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하니는 지난 8일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비난하는 대신 두둔하는 말을 쏟아냈다.

그는 "이란 국민들이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시위에 나섰다고 하는 건 그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경제는 물론 정치적·사회적인 변화를 동시에 원했다"고 말했다.

시위 발생 닷새 후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란의 적들이 돈, 무기 등을 활용해 이란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며 시위를 폄훼한 것과 달리 시위대를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3700여명이 체포될 정도로 시위대와 공권력의 충돌이 심했던 만큼 로하니의 이런 발언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번 시위에서 시민들은 12%에 달하는 실업률(청년 실업률 24%)과 50%나 되는 일부 필수품의 물가 상승률 등을 문제 삼으며 로하니를 공격했다.

로하니가 지난달 발표한 새해 정부 예산안을 통해 기름값 50% 인상, 저소득층의 보조금 삭감을 추진한 것도 시위의 발단이 됐다.

하지만 보수 강경파 등 최고 성직자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함께 불거지면서 개혁파 로하니가 이번 시위를 반전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란은 1979년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혁명 이후 종교 최고지도자와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 동시에 통치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종교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중심으로 한 보수 강경파는 시아파 원리주의에 기반해 서방과의 단절을 추구한다.

2013년 집권 후 인터넷 검열 완화, 여성 권익 옹호 등 사회개혁을 적극 추진했던 로하니에게 보수 강경파는 번번이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로하니가 2015년 7월 미국 등 6개국과 핵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서방의 금융·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역사적 성과’를 낸 뒤에도 하메네이는 연일 미국을 ‘최대의 적’이라고 비난하며 그의 개방정책을 흠집냈다.

이런 상황에서 하메네이를 직접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던 이번 시위는 로하니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시위에서 레바논 헤즈볼라 등 해외 시아파 단체에 대한 원조를 거론하며 보수 강경파들을 비난하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로하니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보수 강경파의 입김으로 이란의 올해 군사예산이 지난해 대비 20% 증가해 110억달러에 달하는 등 시민들이 군사원조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하니는 시위가 시작된 후 두 차례에 걸쳐 젊은 세대의 불만에 공감을 표시하며 인터넷 접근성 보장, 투명한 정부 등을 천명했다.

FP는 "이런 조치는 집권 이후 그가 펼쳤던 정책 방향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그가 (이 기회를 이용해) 보수 강경파들에게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나질라 파티 ‘외로운 전쟁’의 저자는 "이란을 비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성 발언이 이어지고 성직자들이 반미 감정을 부추길 경우 반개혁 세력이 힘을 얻을 수 있다"며 로하니가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