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지소굴’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한 이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유엔(UN)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비난이 쇄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거지소굴 언급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여야 상·하의원 6명과 이민문제 등을 논의하면서 아이티, 아프리카를 겨냥해 "우리가 왜 거지소굴(shithole) 같은 나라들에서 여기에 오도록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쓴 ‘shithole’은 매우 지저분하고 더러운 거지소굴, 시궁창 같은 곳 등으로 번역되는 욕설에 가까운 비속어다.

이에 대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미국의 대통령이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발언을 했다"며 "유감이지만 그를 부를 수 있는 말은 ‘인종차별주의자’(racist)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로퍼트 콜빌 OHCHR 대변인은 멕시코인과 무슬림을 비하하고 국적, 종교에 따른 정책, 반유대주의와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비판 회피 등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모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가 정립하려 노력한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내가 사용한 언어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 백악관조차 대통령의 선동적 언급에 대한 보도를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워싱턴의 어떤 정치인들은 외국을 위해 싸우기로 선택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미국인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한편 미국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꼬집을 정도로 유엔 인권기구가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은 처음이다.

유엔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