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서울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 같은 명곡이 2018평창동계올림픽 때는 나올 수 있을까. D-28일로 다가온 12일 현재 조직위원회 응원가 현황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 보여 안타깝다.

사실 ‘손에 손잡고(Hand in Hand)’는 역사상 가장 성공할 올림픽 주제가로 꼽힌다.

이 곡은 1988년 9월 7일 서울올림픽 개막식장서 울려 퍼질 때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며 올림픽 성공개최에 큰 견인 역할을 했다.

노래는 당시 그룹 코리아나가 열창했으며 전 국민과 올림픽 참가자들은 박자와 리듬에 맞춰 흥겹게 ‘손에 손잡고’를 따라 불렀다.

사운드는 웅장하면서도 멜로디는 대중적이었고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 공산권 국가와 자유 진영국가, 남녀 구분없이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됨을 강조하며 화합하자는 가사내용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 전 세계 나라가 참가한 서울올림픽은 그야말로 주제곡 '손에 손잡고' 하나로 지구촌 축제에 큰 감동을 안겼다.

‘손에 손잡고’는 전 세계에 음악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제대로 보여 준 역대 최고의 올림픽 주제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며칠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은 아직까지 주제가가 선정되지 않아 유감이다.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올림픽을 두 번째로 유치하고 그간 많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제2의 ‘손에 손잡고’가 만들어지지 않아 아쉽다.

조직위원회도 ‘힘찬 함성’(2016년) ‘평창의 꿈’(2007년) ‘웰컴투평창’(2015년) 등 여러 응원가를 발표했지만 88서울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와 같은 전국적인 붐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외에도 울랄라세션의 ‘어메이징 코리아’와 걸그룹 AOA의 ‘플라이 어웨이’, NCT 127의 ‘투나잇’, 빅뱅 태양의 ‘라우더’ 등이 계속해서 발표됐으나 국민에게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제곡 흥행에 어려움을 겪자 조직위는 결국 개폐회식 때 부를 음악에 기대를 걸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자발적으로 지난해 10월 회원사 소속 가수들 중심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을 위해 무료음원으로 캠페인송 제작에 나섰으나 이 역시 호응을 얻지 못했다.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국내에서 유행했던 팝송 중에 ‘다크 아이즈(DARK EYES)’와 ‘아이 러브 유, 유 러브 미’라는 곡이 있었다.

당시 유럽에서 활동하던 한류 1세대 밴드 ‘아리랑싱어즈’(80년 코리아나로 개명)가 발표한 곡들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드높았다.

당시 88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SLOOC)는 해외에서 맹활약하는 이들에게 올림픽 주제가를 선뜻 맡겼고 그 결과 대흥행을 몰고왔다.

유럽에서 코리아나로 활동하던 홍화자, 이애숙, 이승규, 이용규 4명은 이탈리아인 조르조 모르더가 작곡하고 미국인 톰 윗록이 작사한 ‘손에 손잡고’를 들고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은 올림픽이 열리기 3개월 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 100여 명을 초청해 ‘손에 손잡고’를 세상에 발표했다.

이후 100개가 넘는 나라에 언론과 방송 매체를 통한 홍보와 음반, 카세트, 비디오 등을 보급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에서 1700만 장(비공식) 가량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도 여느 올림픽 주제가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당시 유럽 차트에서 1위, 올림픽 기간 중 미국의 라디오방송 신청곡 1위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 88서울올림픽은 유럽에 한국을 널리 알리는 성과를 거두었고 미국도 이 노래의 힘에 가세하면서 한국과 서울올림픽은 전 세계로 부각되는 효과를 얻었다.

이와 함께 코리아나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발표 곡마다 히트를 기록했고 공연도 성황을 이뤘다.

30년이 흐른 지금 이들의 근황은 잘 몰라도 ‘손에 손잡고’를 부른 코리아나의 명성은 가요계에 레전드로 남아있다.

평창올림픽 역시 주제곡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개막일은 다가오는데 아직까지 제2의 ‘손에 손잡고’가 나오지 않아 전 세계인을 축제 속에 맞이할 우리 국민은 빈손을 들고 있는 것처럼 허전하기만 하다.

88서울올림픽 당시 시대적 상황과는 다르더라도 역사에 남을 올림픽 주제가 정도는 만들어냈어야 한다.

시간상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평창올림픽 주제가를 급조해 내는 방안을 찾아보면 어떨까.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