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선 맑은 하늘 사이에 이따금 뿌연 하늘이 있는 것이 아니라 뿌연 하늘 사이에 운이 좋으면 맑은 하늘이 잠깐 얼굴 비추고 사리지는 모양새다.

서울에선 이번주에만 연이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서 초기에는 마스크를 챙기지 않던 사람들도 점점 마스크를 착용했다.

외출 횟수도 줄이고 저녁약속도 미루거나 취소하는 일들이 점차 늘고 있다.

서울시청 앞 겨울풍경의 상징이었던 시청광장 스케이트장도 미세먼지로 문 닫는 날이 부쩍 늘었다.

우리도 모르던 사이 겨울은 생각보다 많이 달라졌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시행되면서 갑론을박이 뜨겁다.

1일 50억원의 예산, 5%도 못 미치는 효과, 미세먼지 발생요인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부재 등 비판도 다양했다.

선거철을 코 앞에 둔 덕에 서울시장 예비주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수소전기차 보급, 마스크·공기청정기 지원, 공장 굴뚝 개량, 배달차량 전기차 전환 등 저마다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의 변은 이랬다.

당연히 그들도 50억원이 아까운 줄 안다.

효과가 미진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통근거리가 길어 자가용 비중이 높은 경기·인천이 동참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거의 사회적 재난 수준이기에 정부가 나서야 할 강제2부제 이전까진 지속할 계획이다.

무작정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기야 어렵지만, 다음 말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저공해조치나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등은 평상 시 대책으로 장기적인 대책, 국제적으로 협력할 부분, 평상 시 대책, 비상 시 대책은 엄연히 다르다.

미세먼지가 80~90㎍/㎥까지 올라가면 설령 중국이 원인이라 하더라도 장기대책만 논하는 건 대책이 아니다.

극약처방으로 석탄 발전을 중단시키고 공사 중지 등의 비상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일각에선 미세먼지 원인의 상당수가 중국에 있다는 이유로 대중교통 무료를 폄하한다.

서울연구원의 2015~2016년 ‘초미세먼지 배출원 인벤토리 구축 및 상세모니터링 연구’를 살펴봐도 중국 등 국외영향이 55%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정권 당시만 해도 애써 중국의 영향을 무시하며 고등어에서 원인을 찾던 우리가 지금부터 중국에 이유를 돌린다 한들 묘책이 하루 아침에 나오겠는가. 서울시 말대로 국제협력을 국제협력대로 추진하되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국외영향 55%를 제외하면 45%는 국내영향으로, 이 중 서울시 자체영향도 22%에 달한다.

배출원별 기여도에서도 교통이 37%로 난방·발전 3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으며, 비산먼지는 22%였다.

그나마 교통이 2011년 52%에서 37%로 줄어든 것도 노후경유차 저공해화 사업, CNG버스 전환 등 평상 시 사업을 꾸준히 한 덕분이다.

대중교통 무료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어도 아예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아닌 셈이다.

대중교통 무료가 미덥지 못하다면 정부는, 다른 지자체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런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설령 시행착오로 결론이 나더라도 미세먼지 속에서 고통받는 시민들을 생각한다면 뭐라도 해야 한다.

서로를 탓하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학계, 전문가, 환경단체, 시민 누구라도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고 시도해야 한다.

비상약은 비상약대로, 체질 개선은 체질 개선대로. 그래야만 하루라도 더 파란 하늘을 더 볼 수 있다.

박용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