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푹 숙인 아이들 / 어른들 눈치에 소심해져 가는 아이들 / 밥도 허겁지겁 먹어 / 잃어버릴까 봐 손에 꼭 쥔 급식카드 / 배고픔을 참는 것이 일상화 / 초등학생이 혼자서 밥 먹기에는 힘든 음식점 / 급식카드 20~40% 쓰지도 못한 채 '소멸'‘잃어버릴까 봐 손에 꼭 쥔 급식카드’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편의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바쁜 발걸음으로 편의점 앞을 지나고 있었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고개 숙인 한 아이. 12살인 고 모양은 익숙한 듯 혼자서 삼각 김밥과 흰 우유를 손에 꼭 쥔 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어느 아이와 다른 얼굴. 밝고 장난기 가득한 나이에 뭔가 움츠린 듯했다.

고사리손으로 보여준 급식카드. ‘잃어버릴까 봐’ 목걸이 지갑에서 급식카드를 어렵게 꺼내 보여주었다.

보여주기 싫은 듯 손에 움켜쥐었다.

한창 엄마 품에 안겨 반찬 투정을 해야 할 어린 나이에 세상을 안 듯 부끄러움과 초조함이 얼굴에 가득했다.

빠듯한 생활 탓에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준 어머니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고 양은 교장 선생님의 추천으로 아동 급식카드를 발급받았다.

아동 급식카드 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어머니는 교장 선생님이 고마울 따름이다.

어른들 눈치에 밥 한 끼 사 먹기에도 빠듯한 5,000원이지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고 양은 음식점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가 음식점에 들어가 끼니를 해결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동 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은 한정되 있고, 한창 장사할 시간에 어린아이가 혼자서 밥을 먹기도 힘들뿐더러 4인석 테이블을 혼자서 밥을 먹기도 눈치 보이기 때문이다.

고 양이 찾는 곳은 편의점뿐. 편의점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한정되 있어 먹고 싶어 참아야 한다.

고 양은 먹고 싶은 메뉴가 있어도 선택할 수 없다.

하루에 쓸 수 5,000원. 하지만 다 써 본 적이 없다.

가격에 맞게 카드가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되지만 어쩔 수 없다.

고 양은 왜 편의점만 찾는 걸까? 아무 식당에서나 급식카드가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사전에 협의가 된 음식점만 급식 카드를 사용 할 수 있다.

턱없이 부족한 가맹점 그리고 어린 아이가 혼자서 밥 먹기에는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가맹점 관리. 세심한 관리 부족으로 고 양 같은 어린아이들의 상처는 더욱 깊어간다.

고 양의 어머니는 한 달에 12만 원이 충전되지만, 평균 4~5만 원은 쓰지 못한다고 했다.

가격에 맞게 쓸 수 있는 메뉴가 없다는 것이다.

고 양의 어머니 김 씨는 "걱정도 되고 해서 편의점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합니다.편의점에서도 도시락은 먹지 말라고 합니다.기름기 가득한 도시락이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차라리 우유랑 삼각 김밥만 먹으라고 합니다."고 했다.

이어 "급식카드가 쓸 수 있는 음식점 목록을 받았지만, 메뉴도 정해져 있습니다.집에서도 멀고 애들이 너무 어리고, 무시당할까 봐 무서워서 멀리 못 보냅니다."며 힘겹게 말했다.

지원대상(아동복지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수급자나 「한부모가족 지원법」 제5조에 따른 보호대상자인 아동 등 저소득층에 해당되는 아동 중에서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급식 지원을 하여야 함.지원 연령 : 18세 미만의 취학 및 미취학 아동(아동복지법 제3조) 다만, 18세 이상인 경우에도 고등학교 재학 중인 아동을 포함하며, 18세 미만인 학교 탈락 아동의 경우에도 지원.급식카드의 지원 단가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시는 5,000원, 경기도는 4,500원이며, 나머지 15개 시·군은 4,000원 이하이다.

서울시의 급식카드 이용 아동은 2만 7,000명이 넘지만, 가맹점은 1,900여 개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에서 이용하는 아동이 70%가 넘는다.

아동 급식 지원은 정부와 지자체 세심한 역할이 중요하다.

일부 가정은 아동 급식카드 재도 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자체는 단순 행정 지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재도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충전된 12만 원 중에서 4~5만 원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이들이 사용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을 못 하는 환경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지자체에서 메뉴나 품목 등을 세심하게 신경을 써 급식카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혜택 가정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대상자에게는 카드 사용에 대한 교육을, 가맹점 업주들에게는 서비스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창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끼니를 걱정한다면 어떨까요? 고개 숙인 아이들. 어린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끼니를 해결 하는 모습은 사라져야 합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