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서 최연소 우승 천재소녀, 여제 등극/ 1080도 회전기술 완벽… 경쟁자 압도/ 3차 시기에서 만점 가까운 98.25점 엉뚱·발랄·명랑 17세/ 15세 이상만 올림픽 출전… 4년 기다려 /“아버지 날 위해 많은 것 희생… 고맙다”스포츠의 세계에서 ‘천재’는 흔한 수식어다.

나이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선수들은 누구나 이렇게 불리곤 한다.

그러나 ‘스노보드 천재 소녀’ 클로이 김(17·미국)에 붙은 천재라는 수식어는 결이 다르다.

이미 10대 초반 세계 스노보드계 최강자로 올라선 클로이 김이 ‘여제’가 아닌 ‘천재’라 불린 것은 아직 올림픽 금메달이 없기 때문이다.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 때도 이미 세계 최강이었지만 어린 나이여서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이런 클로이 김에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진정한 ‘스노보드 여제’로 올라서는 자리다.

재미교포 클로이 김이 마침내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클로이 김은 13일 평창 휘닉스 스노파크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종 점수 98.25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류자위(26·중국)가 89.75로 은메달, 아리엘레 골드(22·미국)가 85.75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2000년 4월 23일에 태어난 클로이 김은 17세 9개월의 나이로 올림픽 정상에 올라 올림픽 하프파이프 최연소 우승, 여자 스노보드 최연소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전 기록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하프파이프에 출전한 켈리 클라크(미국)로 18세 6개월이다.

남녀 스노보드를 통틀어서는 11일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우승한 레드먼드 제라드(미국·2000년 6월생)에 이어 두 번째다.

여자 선수로는 처음이다.

클로이 김이 세계 최강임을 증명하는 데에는 단 한번의 기회만으로 충분했다.

1차 시기에서 1080도 회전 기술 등을 선보이며 93.75점을 받아 2위 류자위(중국·85.5점)를 이미 큰 격차로 따돌려 승기를 잡았다.

결국, 3차 시기가 끝날 때까지 클로이 김의 1차 시기를 뛰어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아 마지막 시기를 치르지 않고도 금메달을 확정했다.

클로이 김은 금메달이 결정된 뒤 홀가분하게 나선 마지막 3차 시기에서는 2연속 1080도 회전을 선보이며 승리를 자축했다.

관중들에게 선사한 선물 같은 이 연기에는 98.25점이라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가 매겨졌다.

‘여제’의 대관식에 어울리는 화려한 결말이다.

4살 때 스노보드를 시작한 클로이 김은 아주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6살 땐 미국 스노보드연합회 전미 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올라 스키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10대 초반부터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자랑했다.

다만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는 오랫동안 기다려야만 했다.

부상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15세 이상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한 하프파이프 종목 규정 때문에 14살이던 2014년 소치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평창올림픽을 기다리는 이 4년 동안 클로이 김은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올라섰다.

2015년에는 15살 나이로 동계 엑스게임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고 2016년에는 16세 이전 3연속 엑스게임 정상에 오른 최초의 선수가 됐다.

지난해는 US 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1080도 회전을 연달아 성공했고, 또 여자 선수 최초로 100점 만점까지 거머쥐면서 ‘여제’ 등극을 목전에 뒀다.

한국인 부모를 둔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아버지 김종진씨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모님의 나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클로이 김은 "아버지는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오늘은 가족을 위한 경기였다.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평창=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