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의 대표적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이윤택(66)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과거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14일 "이 연출이 예전 일이라도 잘못된 일이었고 반성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연희단거리패는 페이스북에서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지난 10일부터 30스튜디오에서 이윤택 연출로 공연 중인 연극 ‘수업’ 등 "예정된 모든 공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희단거리패는 "지난날을 반성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근신하겠다"는 이 연출가의 말을 전했으나 ‘성의없는 사과’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후 이 내용을 삭제했다.

김 대표는 향후 연희단거리패 활동에 대해 "일단은 사과하고 일을 수습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 향후 계획은 추후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자신이 겪었던 일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이 글에서 당시 연출가가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며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고 그날도 자신을 여관방으로 호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갈 수 없었다.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이후 이 연출가가 자신을 성추행했고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방을 나왔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를 마주치게 될 때마다 나는 도망다녔다.무섭고 끔찍했다.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이 연출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지방 공연했던 연극이 ‘오구’였고 ‘지방 공연을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해 해당 인물이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임을 암시했다.

이 연출가는 국내 대표적인 연출가 중 한 명이다.

1986년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해 지금까지 이끌어왔고 부산 가마골 소극장, 밀양 연극촌,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등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연극 양식을 갖춘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각종 연극상을 수상했다.

조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