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금요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여러모로 감명 깊었다.

하늘을 입체적으로 수놓는 별자리와 수천 기의 드론이 펼쳐낸 장관, 갓연아의 최종 성화 세레모니까지. 그야말로 레전드 오브 전설급 장면이 수없이 쏟아졌던 개막식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것은 역시나 뜬금없이 등장한 인면조다.

그 기묘한 생김새 덕에 ‘유교 드래곤’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전세계적인 인터넷 유행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인면조. 겉보기는 무서워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민족이 고대부터 그려온 평화를 상징하는 선한 존재다.

이처럼 겉모습은 다소 무섭지만, 알고 보면 착한 존재들을 게임에서 만나보자.5위. 더 위쳐 3-보츨링▲ 흉측하고 귀찮지만 사연을 알고 나면 미워할 수 없는 아기, 보츨링 (사진출처: 위처 위키)‘위쳐 3’에 등장하는 ‘보츨링’은 외모나 특성상 매우 흉악한 악령으로 볼 수 있다.

임산부와 태아의 피를 탐하는 흉폭성, 위로 쭉 찢어진 입에 썩은 듯한 피부, 망령을 몰고 다니는 저주까지. 썩은 탯줄을 몸에 둘둘 두르고 질척질척하는 소리와 함께 무덤 사이에서 기어나오는 모습에서는 절로 소름이 끼치고, 덩치가 확 커지며 흉포한 몬스터로 변신하는 장면에서는 한 눈에 봐도 꼭 처치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에 얽힌 슬픈 일화를 알고 나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

‘보츨링’은 타의에 의해 유산된 태아로, 장례마저 없이 제대로 된 곳에 묻히지조차 못한 불쌍한 존재다.

알고 보면 사랑을 갈구하는 아기일 뿐이다.

이름을 붙여 주고 문 앞에 묻어 원한을 풀어주면 한 가정을 지키는 수호령이 된다고 하니, 기왕이면 잘 달래 주자. 부모로부터 마지막 배웅조차 받지 못 한 슬픈 존재니까.4위. 스타크래프트2-아바투르▲ 진화에 미친 괴물 같지만 알고보면 저그의 귀염둥이, 아바투르 (사진출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공식 사이트)‘스타크래프트’ 저그 진화군주인 ‘아바투르’는 각종 생체를 분해하고 짜집기하는 생명체다.

그는 저그에 납치된 캐리건을 해부하고, 각종 유전자를 집어넣어 칼날 여왕으로 진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걸핏하면 ‘해부하겠다고’ 달려드는 괴물 종족이라니. 꿈에서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다.

그러나 이 끔찍한 생명체도 은근 귀여운 점이 있다.

말 끝을 “~했음” 으로 줄이는 일명 ‘음슴체’ 사용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더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 매력적인 서포터 캐릭터로 나오며 그 인기가 폭발했다.

나중에는 블리자드 연례행사인 만우절 스킨 이벤트에서는 귀여운 잠옷까지 입고 나와 큐트한 매력을 뽐내기까지. 캐릭터성이 희박한 저그 중에서는 가장 성공한 캐릭터랄까? 3위. 다크 소울-혼돈의 딸▲ 보스를 연상시키는 겉모습과는 달리 성녀에 가까운 그녀, 혼돈의 딸 (사진출처: 스팀 커뮤니티)피도 눈물도 없는 ‘다크 소울’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만한 장소라면 역시 따뜻한 화톳불 옆이다.

게임 내 등장하는 화톳불에는 이를 지키는 여성 NPC가 항상 붙어 있는데, 일명 ‘화방녀’라 부르는 존재들. 일반적으로 ‘화방녀’들은 죄다 기괴한 외모를 띄고 있지만, 이번에 소개할 ‘혼돈의 딸’은 거미 몸에 여성 인간의 몸체를 한 그야말로 몬스터다.

게다가 바로 직전에 보스로 등장하는 ‘혼돈의 마녀’ 쿠라그와 거의 동일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또 다른 보스인가 착각까지 든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녀는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거룩한 희생정신을 실천하는 존재다.

병자의 마을에서 질병 퍼져나와 신도들이 고통받자, ‘혼돈의 딸’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질병을 자신의 몸에 흡수했다.

가히 성자라 칭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그녀는 게임 내적으로도 랭크 업을 할 때마다 혼돈의 주술을 준다던가, 지름길을 개방해 주는 등 다양한 도움을 준다.

이토록 친절한 혼돈의 딸이 ‘다크 소울 3’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모습을 보면… 뭔가 여주인공이라도 잃은 듯한 먹먹함이 밀려온다.

2위.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더네비어▲ 일그러지고 썩은 피부와 거대한 몸, 그러나 대인배 (사진출처: Reddit)‘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을 플레이 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표지와 오프닝에 나오는 드래곤이 최종 보스격 존재라는 사실은 대충 알 것이다.

입에서는 불을 뿜고, 거대한 날개를 펼쳐 대기를 가르고, 마을 하나를 초토화시키는 드래곤은 ‘스카이림’의 악을 대표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특히나 온몸이 썩어 문드러진 ‘더네비어’ 같은 존재는 겉모습만으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를 자아낸다.

.그러나 ’더네비어’를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알고 보면 그는 힘을 얻으려다 거짓 계약에 속아 소울 케언에 영원히 얽매여버린 슬픈 영혼일 뿐이다.

대인배적 성향도 있어서 자신을 쓰러뜨린 주인공을 ‘최고의 동료’로 인정하고, 자신을 소환할 수 있는 권리와 영혼 찢기 포효 등을 가르쳐 주는 등 든든한 한 편이 되기도 한다.

게임 말미에는 소환수-소환사의 관계를 넘어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로 거듭나게 되니, 사람이건 용이건 피부만으로 판단해선 안 될 일이다.

1위. 더 라스트 가디언-토리코▲ 전설 속의 괴생명체지만 한없이 순수하고 귀여운 '토리코' (사진출처: 소니 공식 홈페이지)대망의 1위는 친근한 괴물 하면 떠오르는 존재, ‘더 라스트 가디언’의 진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식인 독수리 ‘토리코’다.

십수 미터는 될 듯한 거대한 몸체, 독수리와 개를 합쳐놓은 듯한 기괴한 외모는 딱 봐도 최종보스격 괴물이다.

실제로 그 주변 마을에서는 식인 독수리에 대한 경고가 널리 퍼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식인독수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극초반 뿐. 낑낑대며 소년의 행동을 주시하는 모습은 흡사 귀여운 강아지와도 같다.

까만 눈망울과 촉촉한 코, 훈련이라도 받은 듯 말까지 잘 듣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토리코’ 매력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오죽하면 이 게임을 두고 애완동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 자녀들 앞에서 섣불리 플레이하다간 ‘토리코 사 줘’라는 말을 듣게 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며 플레이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