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스킵(주장) 김은정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마지막 스톤을 던졌다.

일본보다 더 가까운 하우스 안쪽에 멈춘 스톤에 비로소 승리의 환호를 내질렀다.

지난 23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 일본을 맞아 연장접전 끝에 8대 7로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을 확보한 한국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경기 중엔 시종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은정이었으나 이번만큼은 환희의 눈물을 마음껏 흘렸다.

경기에 들어가면 미소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엄근진’(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그도 활짝 웃으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손 키스’를 보내는 파격적인(?) 셀리브레이션을 선보였다.

일본 대표팀은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경기장을 나섰다.

경기 내내 밝은 모습을 보인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아래 사진)는 아쉬움에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두 주장은 경기 후 나란히 눈물과 함께 이번 명승부를 돌아봤다.

김은정은 예선에서 유일한 1패를 안긴 일본을 떠올리면서 "지고 돌아가는 길에 너무 화가 났다"며 "응원도 많이 받았는데 죄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눈시울을 적신 채 "다른 팀보다 더욱 이겨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조금 더 목표의식을 심어준 것 같다"며 "메달을 눈앞에 두니 너무 이기고 싶었고, 심지어 예선 1위로 올라와서 유리한 위치에 있으니 더욱 그랬다"고 덧붙였다.

경기장에서 늘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아 ‘스마일 재팬‘, ‘해피 재팬‘이라 불리던 후지사와도 기자들과 만나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단지 분해서 눈물이 나왔다"고 며 "조금 더 완벽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1엔드에서 한국의 좋은 샷을 보고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아~ 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후지사와는 또 "특히 (한국팀) 스킵이 팀을 잘 이끌어갔다"며 "자신감이 묻어나는 느낌이 나서 존경스러웠다"고 칭찬했다.

이내 "솔직히 아직도 분하지만 아직 경기가 남았다"며 각오를 다지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