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 과정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을 지시한 당사자 논란이 있음에도 정부가 유족 동의 없이 방남을 결정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방남한다.

우리 정부와 세계는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핵 문제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평창올림픽 개막행사에 참석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하는 등 남북관계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남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김 부위원장이 남한에 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천안함 유가족도 김 부위원장의 방한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다.

이성우 천안함46용사유족회 회장은 23일 와 통화에서 "천안함 유가족들은 김 부위원장의 방한을 받아들일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청와대나 정부 부처로부터 어떠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언론 보도를 보고 김 부위원장의 방남 계획을 알았다"면서 "정부는 유가족 뒤통수를 치지 말고 천안함 46용사의 값진 희생을 예우해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천안함 유족들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 결정은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논란을 연상케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정부가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올림픽 개최를 약 한 달여 앞두고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의 화합을 통해 '평화 올림픽'을 구현하자는 의미가 있었다.

당시 북한 선수가 엔트리에 포함되면 한국 선수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두고 노력해온 선수들이 정치적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렸다.

국민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선수가 피해를 보는 것을 반대한다며 잇따라 청원 글을 올렸다.

새러 머리(캐나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도 "선수들의 박탈감이 클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등의 협조로 엔트리가 확대됐고, 선수 피해가 최소화되면서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었다.

천안함 유족들은 24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이해하기 전에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가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46용사의 명예를 지켜줘야 하는데 어떻게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김영철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대한민국 땅을 밟게 할 수 있나"라고 성토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시작은 분명 정부를 향한 비판일색이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에서 보인 단일팀의 모습에 국민은 응원과 환호를 보냈다.

또, 새러 머리 감독은 지난 20일 마지막 경기 후 "우리가 두 팀으로 보였을 지도 모르지만, 한 팀이었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행정적 결정은 정치인이 내렸으나, 한 팀으로 뛴 것은 선수들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포츠를 통해 여러 장벽들을 허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선수들도 북한 선수들과 우정을 나누고 친구로 지냈다.계속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두 사안 모두 정치외교적 복잡한 현안 속에 소(小)의 처지를 결정 과정에서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이해와 설득하는 과정에 세심함이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핵화 문제를 진전된 남북관계를 통해 여건을 조성하고 한반도의 긴장 완화 과제를 안은 정부가 대의를 위해 이해관계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논란 후 극복한 과정은 또, 의미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