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토교통부가 조종사의 항공승무원의 휴식시간을 현행 8시간에서 10시간까지 2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차에 따라 비행시간도 30분 단축한다.

현재 업계와 조종사협회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피로를 줄이는 데 역부족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조종사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최대 1시간의 비행시간을 단축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휴식시간 연장을 추진해 업계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국토교통부 직원이 항공기 실시간 운항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국내 항공사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8일 항공업계와 조종사협회와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휴식시간 연장에 따라 소요되는 인원과 대응방안을 국토부 항공운항과로 회신하라고 요구했다.

시한은 지난 7일까지였다.

항공승무원의 휴식시간 연장은 지난달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국회는 단계적으로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고,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현행 26개에서 5개까지 단축했다.

항공업, 운송업 등 5개 업종이 특례업종에 남았다.

대신 5개 업종은 11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했다.

특례업종은 노사 합의로 주당 12시간의 연장근무를 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국토부는 이달 중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비행시간과 휴게시간을 소폭 조정한다.

현행 8시간인 최소 휴식시간을 10시간까지 2시간 늘리고, 최소 2시간까지 연장이 가능했던 비행시간을 1시간 단축해 운영하는 내용이 담긴다.

항공사업자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행시간 연장을 결정할 수 있다.

국토부는 시차가 4시간 이상 나는 노선을 비행할 경우 비행시간도 30분 단축할 계획이다.

한국형 피로관리시스템(FRMS)은 연구를 마친 뒤 구축할 계획이다.

조종사 노조는 휴식시간 연장이 피로를 줄이는 데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항공승무원은 최소 8시간을 쉰다.

8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비행시간에 비례해서 쉬고 있다.

11시간을 비행할 경우 11시간을 쉬고, 18시간을 근무하면 20시간을 쉰다.

중장거리 노선을 운행하면 휴식시간 연장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조종사 노조는 국토교통부가 '한국형 피로관리시스템 구축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미 개선안을 마련했는데,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선안은 조종사 수, 출발시간 등 근무여건에 따라 비행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이다.

조종사의 생활리듬, 시차 등을 고려해 최대 비행시간을 단축한 미국 등 주요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은 비행 시작시간을 4구간으로 편성했다.

비행시간을 1구간(06:00~07:59), 2구간(08:00~12:59), 3구간(13:00~19:59), 4구간(20:00~05:59)으로 나눴다.

구간별로 최소 30분에서 최대 1시간씩 최대 비행시간을 단축했다.

피로도가 높은 야간(4구간)은 15시간(조종사 3명 기준), 조간(1구간)은 15시간30분까지 비행할 수 있다.

휴식시설도 1~3등급까지 나눠, 휴게시설이 나쁠 경우 비행시간이 최대 2시간을 줄어든다.

예를 들어 오전 7시(1구간) 비행을 시작했는데, 휴게시설이 3등급이면 최대 비행시간이 13시간30분이다.

최대 비행근무시간은 13시간(조종사 2명)인데, 12시간까지 줄였다.

단 2구간(08:00~12:59)은 13시간까지 운항할 수 있게 했다.

비행구간이 늘어날 때마다 비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했다.

비행구간이 늘어날 때마다 이·착륙이 많아져 피로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했다.

현재는 조종사가 시차에 적응했는지 별도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개선안은 경도 60도 이내 지역, 시차가 4시간 미만인 곳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이 지역에서 72시간 이상 체류하거나, 최소 36시간을 쉰 경우 시차에 적응한 상태로 보는 방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에 대해 항공업계와 조종사협회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비행출근시간과 기내휴식시설의 등급에 따라 시간을 차등하는 것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며 "실제 적용하는 데 유예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선안은 국내·외 사례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마련한 초안 성격이다.

보고서는 "피로를 줄이기 위해 최대 비행시간 12시간(조종사 2명 기준)을 제안했지만 의견차이가 여전하다"며 "항공사와 조종사의 의견을 좁히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종사 노조는 국토부가 항공사의 부담을 고려해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2차 연구용역을 마친 뒤 FRMS를 구축할 계획인데, 결국 항공업계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1차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한 개선안보다 후퇴한 개선안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지금도 항공업계와 조종사협회가 같은 자리에서 논의하는데, 둘이서 싸움 붙이는 꼴"이라며 "국토부도 항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업계의 목소리를 들을 텐데, 항공사는 힘들다는 얘기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조종사의 장시간 비행, 피로가 문제라면 결국 국토부가 중심을 잡고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