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총감독이 ‘철인’에 보내는 당부/바이애슬론 男 12.5㎞ 좌식 경기/ 초반 선두 달리다 사격에 발목 ‘5위’/ 남은 경기 ‘오발 페널티’ 승부 관건/“고글 미리 벗고 착시 대비해야”연습할 곳이 없어 서울 구의동 장애인 소아마비회관 지하에서 과녁을 그려놓고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

감독이 없어 선수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자세를 교정했다.

여름에는 습기가 차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났고, 겨울에는 난방이 안 돼 손이 얼었다.

이런 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공기소총 10m 입사에서 당시 세계신기록(697.1점)을 세우며 꿈에 그리던 금메달리스트가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단잠을 청한 그는 쓸 수 없게 된 두 다리를 누군가 어루만지는 느낌에 벌떡 일어났다.

"운동을 하면 굶고 산다"며 아들을 다그쳤던 아버지가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미안하다며 오열하고 있었다.

그제야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 아들은 "패럴림픽 메달이 부자(父子)의 연을 다시 맺어줬다"며 손을 맞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정진완(53) 총감독의 이야기다.

메달의 소중함을 잘 알기 때문에 정 총감독은 자신이 발굴해낸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8·창성건설)의 매 경기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패럴림픽 직전 국제대회를 제패하면서 다관왕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신의현은 13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바이애슬론(사격+크로스컨트리) 12.5㎞ 좌식 경기서 50분01초9의 기록으로 17명 중 5위에 올랐다.

초반 2.37㎞까지 1위를 질주했지만, 사격이 발목을 잡았다.

신의현은 첫 번째 사격에선 1~4발까지 모두 명중시켰지만, 마지막 한 발을 오발하면서 페널티(주행거리 100m 추가)를 받아 5위로 처졌다.

두 번째 사격에서도 5발 중 무려 4발을 날리는 등 총 20개의 과녁 중 7개를 놓쳐 700m를 더 뛰었다.

사격에서 ‘만점’을 쏘며 금메달을 딴 타라스 라드(우크라이나)와 비교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경기 뒤 신의현은 "사격이 계속 빗나가자 파란 하늘이 노랗게 변하더라. 영점을 잡을 때와 실전에서 총을 쏠 때의 느낌이 달라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신의현에게는 좌식 3경기가 남아 있다.

지난 11일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냈지만 아직 메달이 고프다.

더구나 오는 16일 열리는 남자 15㎞ 좌식 경기가 바이애슬론 마지막 경기라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사격에 일가견이 있는 정 총감독은 이날 평창선수촌에서 신의현을 만나 의기투합했다.

정 총감독은 "순위권에 오른 선수들을 보니 사격 지점 20~30m 전부터 선글라스를 미리 벗더라. 네가 끼는 안경이 붉은색인데 일찌감치 벗지 않으면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최대한 사격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특히 첫 발을 날리면 이후에도 실수할 확률이 높다.무조건 첫 발을 잡아야 한다.사격에 신중하다 보면 2~3초를 더 쓰지만, 오발 페널티로 100m를 더 뛰면 20~30초를 날린다"며 신의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애초 신의현은 2009년 휠체어농구로 장애인 체육에 입문했지만 나이가 서른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은퇴를 고민했다.

그러나 4년 전 평소 가깝게 지낸 정 총감독의 권유로 노르딕스키를 시작해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의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사격 전문’ 정 총감독의 집중 코치를 받은 신의현이 남은 경기서 명사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휠체어컬링은 핀란드와의 예선 6차전에서 11-3, 스위스와의 7차전에서 6-5로 이겨 6승1패로 선두를 질주하며 4강행에 바짝 다가섰다.

특히 스위스전에선 4엔드 중반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방문해 관중과 함께 열띤 응원전을 펼쳐 힘을 보탰다.

평창=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