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검찰청사 출두 + 조사 안팎/포토라인 서자 긴장한 듯 보여/기자들 질문에 답변 없이 입장/일반 엘리베이터 타고 조사실로/점심은 단골식당 설렁탕 배달"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합니다."오히려 체념한 듯 보였다.

지난 1월17일 검찰 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목청을 돋우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14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기 직전 적막감이 감돌았다.

오전 9시23분 그를 태운 검은색 차량이 청사에 들어섰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불빛이 터졌다.

검은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의 이 전 대통령이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음을 옮겨 포토라인에 섰다.

대기하던 600여명의 내외신 취재진이 "국민께 하실 말씀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할 거예요"라고 짧게 답한 뒤 정장 안쪽 주머니에서 A4 종이 한 장을 꺼내들었다.

표정은 굳었고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두 손은 계속해서 종이를 매만졌다.

긴장한 듯했다.

짧게 6문장의 입장문을 읽은 이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입을 꾸욱 닫았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는 말을 지키기라도 하겠다는 듯. 준비해 온 입장문에는 ‘이번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문장도 있었으나 이 전 대통령은 정작 이 대목은 읽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사건 관계인이나 직원들이 이용하는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이 위치한 10층으로 향했다.

그는 조사에 앞서 1001호실에 마련된 특별 조사실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와 조사 담당인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 특별수사2부장을 만나 녹차를 마시며 조사 목적과 과정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편견 없이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선 입장문 낭독 때 생략한 대목을 거론한 셈이다.

한 차장검사는 "법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만 답했다.

오전 조사는 신 부장검사와 이복현 부부장검사가 다스의 차명 재산과 실소유주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검사들은 ‘대통령님’이란 호칭을 썼으나 조서에는 ‘피의자’로 기재했다.

이 전 대통령도 ‘검사님’이라고 부르는 등 나름의 예우를 갖췄다.

오후 1시10분쯤 1차 조사가 끝나고 이 전 대통령은 인근 식당에서 배달시킨 설렁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설렁탕은 평소 이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교대역 인근 식당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개한 오후 조사에선 송 부장검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최대 쟁점인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등 110억원대에 달하는 뇌물 혐의를 집중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7시9분 배달된 곰탕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BBK 의혹을 수사한 정호영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곰탕을 시켜 먹어 화제가 됐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점심과 저녁 모두 식사를 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사 내내 이 전 대통령 곁에는 강훈, 피영현, 박명환, 김병철 변호사가 번갈아가면서 입회했다.

변호인단장에 해당하는 강 변호사가 모든 변론을 주도했다.

이 전 대통령 조사의 모든 장면은 영상녹화가 이뤄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지휘부는 혹시 생길지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조사 전 과정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