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창립 이래 최초로 '총수부재' 위기를 맞은 가운데 리스크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 구속수감에 맞서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해 조직 안정화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위원회는 민형기 컴플라이언스위원장, 허수영 화학BU장, 이재혁 식품BU장,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 이원준 유통BU장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업계 우려와 달리 지난달 27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6개 계열사와의 합병·분할합병 안건을 통과시켜 첫 경영시험대를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오는 5월로 예정된 롯데홈쇼핑 재승인 여부가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위원회는 초긴장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그룹내 중점 사업인 면세점도 위기에 부딪혔다.

신 회장이 지난달 13일 뇌물죄로 법정 구속된 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이 취소당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가 총수부재 속에서 면세점과 홈쇼핑에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경영진 비리에 허위 광고까지…롯데홈쇼핑 재승인 '먹구름' 5월 재승인을 앞두고 있는 롯데홈쇼핑은 좌불안석이다.

신헌 전(前) 대표이사, 강현구 전 대표이사 등이 줄줄이 횡령과 배임 등 판결로 유죄를 받은 데다 재승인 심사기준이 강화되는 등 정부 규제도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현구 전 대표는 2015년 허위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는 혐의를 받은 가운데 6억8000만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확인돼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헌 전 대표도 황금시간대 편성을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전임 대표들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롯데홈쇼핑은 공정거래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신 회장까지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되면서 '롯데=비리와 뇌물' 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덮어 씌워졌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관련된 비리 역시 롯데홈쇼핑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롯데홈쇼핑은 2015년 재승인 심사 당시 전병헌 전 수석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 원을 후원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소위로부터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을 건의 받는 악재를 맞았다.

롯데홈쇼핑은 백화점에서 임의로 발행한 허위영수증으로 가격을 비교해 소비자들을 속였다.

만약 방심위의 과징금 제재가 확정되면 롯데홈쇼핑은 벌점도 함께 받게 된다.

벌점이 쌓이면 재승인 심사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또한 롯데홈쇼핑은 이·미용기기와 식품을 판매하면서 '지방감소', '체중감량'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를 해 방심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홈쇼핑 재승인 심사기준이 강화된 점도 롯데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4월 재승인 심사기준에 '공정거래 관행 정착, 중소기업 활성화 기여 실적 및 계획의 우수성'을 별도 항목으로 두겠다고 공지했다.

기존에는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 가능성' 심사사항 하위에 포함돼 있던 항목이다.

이 항목에서 50%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과락'이 적용된다.

업계는 롯데홈쇼핑이 현재 추세라면 큰 점수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홈쇼핑 업계에서 점유율 18%로 이른바 '빅4'에 속한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이 재승인을 받지 못하면 롯데로서는 핵심 사업을 내놓는 셈이 된다.

◆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1년 만에 다시 사업권 박탈되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도 사업권이 박탈될 위기에 놓여있다.

관세청은 신 회장이 면세점 부정청탁과 관련해 지난달 유죄를 선고받자 특허취소 여부를 곧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현재 관세청은 신 회장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유가 관세법상 특허취소에 해당하는 상황인지 법리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법상 특허신청 업체가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사실이 판정되면 특허가 취소되고 사업자는 자발적으로 특허권을 반납해야 한다.

관세청이 특허를 취소하면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영업 재개 약 1년 만에 다시 문을 닫게 되는 셈이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7월과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연거푸 탈락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듬해 4월 대기업 3곳에 면세점을 추가로 내줘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되찾았다.

정부가 면세점 특허권을 추가하기로 결정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3월 14일 신 회장은 청와대 인근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

롯데그룹은 면세점 특허가 추가된 후 6개 계열사를 동원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냈다가 지난해 6월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다.

롯데그룹은 최 씨 측 강요로 출연금을 냈고 다시 돌려받은 만큼 대가성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 회장이 낸 70억 원의 출연금에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해야 할 가능성도 크다.

특허권이 취소되면 롯데면세점은 연 매출 1조 원대 월드타워점을 잃게 된다.

특히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중국인 매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면세점 사업을 접으면 그룹으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점유율 51.5%를 기록했던 롯데면세점은 현재 40% 초반대를 기록중이다.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지만 반등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롯데면세점은 오는 7월 인천국제공항 제 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도 일부 반납한다.

인천공항 철수를 통해 개선된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시내면세점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세웠으나 월드타워점마저 문을 닫으면 계획이 틀어지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은 "특허를 받은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특허가 취소되진 않을 것"이라며 "아직 (신 회장) 2심 재판이 남아 있기 때문에 끝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신 회장 측과 검찰은 2심에서 다시 한 번 뇌물공여 혐의를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칠 전망이다.

이원준 유통 BU장은 "최근 그룹 안팎으로 상황이 어렵지만 활발한 현장경영을 통해 해결하겠다"며 "계열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유통부문의 조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