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우리 국민이라면 50여년 이상 들어온 말로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하지만 지난 14일 이후 '우리 귀가 잘 못 된 것 아닌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주한미군 철수'목소리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 북한 "주한미군 철수"→한국 "뭔 소리"→미국 "한미는 영원한 친구" 지금까지 주한미군 철수 용어는 북한의 전유물이었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가 지상과제라며 시도 때도 없이 외쳐 왔다.

그 때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는 말로 일축해 왔다.

▲ 지미 카터, 한국 인권 압박용으로 '주한미군 철수'카드 꺼냈을 뿐지난주까지 북한이 아닌 곳에서 주한미군 철수 소리가 나온 적은 1979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박정희 정권의 인권탄압을 지적하면서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미군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철수 카드를 꺼내 보인 적은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지역적 이해관계로 인해 실행에 옮기지(엄포용이라는게 정설) 않았다.

▲ 문정인 특보 "한국 대통령이 미군 철수 요구할 수 있다"문재인 정부들어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맡은 문정인 교수는 "한국 대통령이 요구하면 미군은 우리나라에서 나가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한국내 군사주권은 한국에게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 주장이었다.

▲ 트럼프 "무역에 이어 군대에서도 돈 잃고 있다, 그냥 못 둬"라며 주한미군 철수 시사, 주객이 전도 기존질서 파괴자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주리주에서 열린 조시 홀리 연방상원선거 공화당 후보 후원 만찬에서 한국을 언급하며 "우리는 그들과의 무역에서 매우 큰 적자를 보며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에서도 돈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남북한 사이에 미군 3만2000명이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했다.

즉각 한미 FAT재개정협상과 방위비 분담 문제가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 백악관 "그런 말 한 적 없다", 미 국방부 "한미관계 견고"라며 부인주한미군 철수라는 아시아 지역 세력균형을 깰 수 있는 뉴스로 인해 시끄러워지자 백악관 관계자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도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례 브리핑 문답록을 통해 "우리는 그들(한국)을 계속 지원하고 함께 일할 것이다"며 "한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라는 말로 부인 대열에 합류했다.

▲ 미 태평양 사령관 "미군이 철수하면 김정은이 승리의 춤 출 것", 청와대 "맥락 파악 못했다"주한미군을 관할하는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은 상원군사위원회에서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서 철수하고 동맹관계를 깨면 김정은 위원장은 승리의 춤을 출 것으로 믿는다"라는 말로 그렇게 되면 미국의 안보와 이익에 엄청난 피해가 온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16일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맥락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며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다.

▲ 북한, 결정적 무기로 '주한미군 철수'를 트럼프에게 내밀기 어렵게 돼 주한미군 철수는 세계전력 균형추를 무너뜨릴 민감한 주제이다.

이런 까닭에 북한은 한국, 미국 등과의 협상 때 이를 결정적 무기로 내밀곤 했다.

하지만 "무역, 즉 돈앞에 영원한 동맹도 없다"라는 사업적 마인드로 무장한 트럼프 대통령에겐 통하지 않을 무기다.

지금 트럼프의 말에 북한이 오히려 더 놀랬을 가능성마저 있다.

트럼프가 전가의 보도를 종이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 한국, 트럼프 논리에 치밀한 준비를 해야 우리나라는 주한미군이라는 결정적 방패로 인해 안보, 경제적 면에서 알게 모르게 이득을 본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그에 따른 비용을 충분히, 오히려 더 치르고 있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헐값, 아니 거의 공짜로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계산기를 두들리고 있다.

'동맹이라도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겠다'며 내밀 트럼프의 계산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려면 우리도 계산서도 미리 만들어 갖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돈잃고 안보도 위태롭게 되는 이상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