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4년의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는 유기징역 상한선인 징역 30년을 재판부에 요청한 검찰측 구형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국정농단 관련자의 형량으로는 가장 무겁습니다.

국정농단의 주범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단죄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8가지 혐의 중 핵심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국정농단의 주된 책임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었던 피고인에게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구속 기소되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해왔습니다.

하지만 오랜 측근인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재단 출연금을 받고, 최씨가 운영 또는 친분관계가 있는 회사에 대한 광고발주나 금전지원을 요청하거나 최씨 지인들에 대한 채용 및 승진까지 대통령이 나섰다는 판결문을 보면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는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고 '정치보복'을 주장하면서 재판 보이콧 전략으로 일관했고,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선고공판에도 결국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자초해 국민들에게 큰 상처와 실망을 안긴 것은 물론, 이를 반성하지 않고 사법절차까지 무시하는 태도로 법치주의의 근간마저 부인하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처럼 감형이나 사면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이 워낙 악화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실제 국민 절반 가량은 24년의 형량에 대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1심 선고에서 20년이 넘는 실형에 처해진 가운데, 향후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 수수(특가법상 뇌물수수·국고 등 손실)와 20대 총선 공천개입(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남아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지난 6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대통령이 나라 주인인 국민에게 받은 권한을 남용해 불행해 빠지는 일이 반복 안 되게 하기 위하더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16개를 유죄 또는 일부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중앙지검 특수3부는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이원종 전 비서실장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36억50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지난 1월4일 추가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 친박인물을 대거 당선시킬 목적으로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공모해 친박인물(정당포함) 지지도 여론조사, 특정 친박 후보자의 출마 지역구 선정 등에 나선 혐의로 지난 2월 재차 기소됐다.

이 혐의들에 대한 심리는 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가 맡고 있다.

만약 이 사건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유죄가 나온다면 이날 받은 징역 24년에 그만큼의 형량을 더하게 된다.

이 재판의 상황도 박 전 대통령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 등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기 전 원장은 지난달 15일 재판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그렇게 올려드린 부분(특활비)이 제대로 된 국가 운영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안타깝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라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전 국정원장들로부터 받은 특활비를 차명폰 요금 지불, 의상실 운영비, 주사 비용 등 개인적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증인으로 나온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총선 친박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현기환 전 수석 지시를 받고 실행했으며 현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에게 기본적 개요 보고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국선변호인을 통해 밝힌 "공천개입을 보고 받은 적도, 승인한 적도 없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징역 24년 朴, 추가 혐의 없나?박 전 대통령이 향후 2심이 진행될 경우 지금처럼 '재판 보이콧'을 계속할지 관심이다.

박 전 대통령은 속행 공판이 진행되던 지난해 10월13일 구속기간이 추가 연장되자 같은달 16일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재판 거부에 들어갔다.

사선 변호인단도 총사퇴 카드를 던졌다.

이는 재판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단 한 차례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심 공판과 선고 공판도 예외는 없었다.

결국 이런 태도가 더해져 징역 24년이라는 중형으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범죄 혐의를 다투는 피고인이라도 재판에 얼마나 성실히 임하느냐가 양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때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고, 다투더라도 직접 재판에 나와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이 보이콧을 접고, 다시 법정으로 돌아올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선고 결과를 전해 듣고도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판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며,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두 전직 대통령과 달리 사면 여의치 않을 것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은 실제로 형기(형벌의 집행 기간)를 끝까지 마칠 수 있을까.내란·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로 박 전 대통령보다 먼저 법의 심판을 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심에서 각각 사형·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996년 12월 항소심에선 무기징역·징역 17년으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6·29 선언을 수용한 점을 들어 "자고로 항장은 불살이라 했으니 공화를 위해 감일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항복한 장수는 죽일 수 없으니 국민 화합을 위해선 형을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두머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감형했다.

재판부는 그 배경에 대해 사법적 판단보다는 "권력을 내놓아도 죽는 일은 없다는 원칙을 확립하는 일은 쿠데타를 응징하는 것에 못지 않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다소 정치적인 이유를 들었다.

이날 감형된 무기징역·징역 17년의 형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이들에 대해 다소 우호적인 여론도 감형을 뒷받침했다.

항소심 선고 후 3일이 지나 한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감형이 '적절했다(44%)'고 답한 의견과 '부적절했다(47.9%)'는 의견이 비슷했다.

사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될 것(42.2%)'이라는 답변이 '안 될 것(40.5%)'이라는 답변보다 더 많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도 이런 두 전직 대통령의 길을 따르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수사·재판에서 법리적으로 다투기보다는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이번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아 8·15 광복절 이전에 사면 대상이 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과 달리 사면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치보복' 주장에 의한 사면은 결국 국민 여론에 기대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2017년 4월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특별사면에 '찬성한다(25.1%)'는 답변보다 '반대한다(67.6%)'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며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에서조차 사면 반대(52.7%) 의견이 찬성(40.0%)보다 많았다.

국민 10명 중 5명은 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형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6일 CBS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4.4% 포인트) 형량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47.8%, '과하다'는 응답은 28.9%로 각각 나타났다고 밝혔다.

'적정하다'는 응답은 11.3%에 그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