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주도 시민 10만명 참가 / 총선 재실시·선거제 개혁 요구지난주 3연임에 성공한 빅토르 오르반(54·사진) 헝가리 총리가 대규모 시위대의 반대로 난감한 상황에 처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헝가리 시민 10만여명이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총선 재실시와 선거제도 개혁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젊은층이 주도한 이번 시위에서 이들은 헝가리 국기와 유럽연합(EU)기를 들고 ‘민주주의’, ‘재선 실시’, ‘우리가 다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8일 총선에서 우파 여당 피데스가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둬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반난민·반EU를 내세우고 있어 주변국들로부터도 우려의 시선을 받아왔다.

특히 오르반 총리가 지난 13일 헝가리 출신 미국 부호 조지 소로스에게서 후원을 받은 비영리단체(NGO)와 이에 관련된 사람 200여명의 이름이 담긴 이른바 ‘소로스 리스트’를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이 시위에 불을 댕겼다.

오르반 총리는 이전부터 "소로스가 용병을 고용해 정부를 전복하고 난민들에게 헝가리 국경을 열려고 한다"며 비판해 왔다.

‘소로스 리스트’가 공개되자 각계는 비판성명을 발표했다.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중앙유럽대학교(CEU) 총장은 "최근 총선 맥락에서 나온 그런 리스트는 경멸을 받을 만한 행위이고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노골적인 협박이다"라고 비판했다.

난민 자격 신청자에게 법률적 지원을 하는 헝가리 헬싱키 위원회는 "정부가 만든, 매우 위험한 허구의 산물이다"라며 "너무 늦기 전에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빅토르 그예트바이(20)는 "우리는 법치국가에서 살고 싶다"면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나라, 진정한 민주국가에서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더는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