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 1번가의 44~45거리(St)는 전 세계에서 모인 정부 대표와 외교관, 국제 NGO(비영리법인) 대표단 등으로 붐볐다.

이들은 13일까지 본부에서 개최된 제51차 인구개발위원회(Commission on Population and Development fifty-first session) 참석을 위해 모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 인구 이동, 국제 이주’(Sustainable cities, human mobility and international migration)라는 주제로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 저출산 문제와 개발도상국의 도시 슬럼화, 강제 인구이동, 일자리 부족에 따른 도시 과밀화 등이 집중 다뤄졌다.

유엔 인구개발위(CPD)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결의 3호(1946년 10월3일)에 의거해 설치되었다.

경제사회이사회에 인구의 규모와 구조 변동조사, 인구학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 간 상호작용 연구, 인구문제 및 추세, 개발 전략, 정책 및 프로그램에 관해 지원·조언을 하고, 개도국에도 인구 개발 관련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탄생했다.

유엔 회원국 중 경제사회이사회가 선출한 47개국의 대표로 구성되며, 지역적 안배를 고려해 임기 4년의 아프리카 12개국, 아시아 11개국, 라틴아메리카 9개국, 동유럽 5개국, 서구 및 기타 10개국씩 각각 배정한다.

한국은 다른 주요 위원회의 의장국을 여러 차례 수임했기 때문에 올해 인구개발위의 정부 대표단에는 선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위원회에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자문기구인 UN지원SDGs한국협회가 우리 대표단을 꾸려 참석했으며, 특별히 민간기업인 포스코도 함께했다.

위원회가 개회된 첫날인 9일 45거리에서 유엔 신분증을 발급하는 안전보안부서(UNDSS) 앞에는 유엔 구역 출입 신분증과 위원회 출입 카드를 받으려는 이들이 긴 줄을 이뤘다.

한국 대표단은 아침 일찍 구역 출입 신분증과 출입 카드를 받은 뒤 1번가와 이스트강 사이에 있는 유엔 총회 건물로 향했다.

보안 절차를 거친 뒤 총회 건물에 들어서자 유엔 내부를 구경하는 방문객과 뒤섞여 혼잡함을 딛고 이동해야 했다.

우리는 그 혼잡한 대열 너머 ‘제4회의장’(Conference Room 4)에 들어섰다.

입구에 있는 보안 요원이 위원회 출입 카드를 꼼꼼히 살핀 뒤 회의장 문을 열어줬다.

이번 회기 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언 진거(Ion Jinga) 루마니아 대표부 대사(사진)의 개회사가 끝난 뒤 나탈리 카넴(Natalia Kanem) 유엔 인구기금 사무총장과 아미나 J 모하메드(Amina Mohammed) 유엔 사무부총장(바로 아래 사진 왼쪽에서 네번째)의 특별연설이 이어졌다.

이들 연설에서는 인구이동과 국제이주를 비단 개도국의 문제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적극적인 선순환 노력이 함께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장단과 유엔 고위인사의 연설이 끝난 뒤 부의장을 비롯한 임원단 선출이 이어졌다.

다양한 의견과 발언이 오가며 오전 세션에서 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었다.

점심시간에는 ‘제2의 유엔 무대’라 불리는 오찬 미팅들이 유엔 구역 인근 주요 레스토랑들에서 이어졌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유엔 직원들과, 각국 외교관, 위원회에 참석한 대표단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며 오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위원회 회의장에서는 물러섬 없는 각국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면, 오찬장에서는 비교적 밝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여유 있는 점심시간이 끝난 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오후 세션은 각국 대표단의 지정 토론과 발언이 이어졌다.

대표단의 연설 내용은 제각각이었지만, 위원회의 공통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려고 의견을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후 세션 내내 선진국과 개도국 대표 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이렇게 첫날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이튿날 역시 UNDSS에서 위원회 출입 카드를 받은 뒤 전날보다 다소 경비가 삼엄해진 총회장 보안구역을 통과하였다.

이날은 이번 회기에 우리 협회가 제출한 포스코의 ‘스틸빌리지’ 사회공헌 모델이 위원회의 공식 의견서로 채택되는 큰 성과가 있었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의견서는 유엔이 자문기구에게 주는 가장 큰 권한 중 하나이다.

유엔 무대에 참가할 수 없는 민간 기업과 구성원의 좋은 사례를 직접 소개하여 유엔 사무국과 각국 대표단이 유엔 모델로 채택토록 하는 공식 문서다.

인구개발위 역사상 한국 기업으로는 포스코의 사례가 처음 유엔 문서로 선정되었다.

협회는 의견서 작성부터 제출, 발표 등을 통해 포스코 사례를 국제무대에 알리는 과정 전반을 담당했다.

이틀간 경험한 유엔 위원회는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다자외교무대 특성상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아보였다.

위원회 세션이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으며, 정부 대표단의 긴박한 라운드테이블 미팅도 이어졌다.

모두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들 모두 유엔 회원으로서 다른 관심사에도 상대 이야기를 경청하고 토론하는 한편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하려 애썼으며, 인류와 지구환경이란 공동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번 위원회 참석을 통해 새롭지만 보편적인 사실을 한가지 확인하였다.

초단위로 생겨나는 신기술과 새로운 정보에도 구시대의 산물이라 여겨지는 인간의 대화와 타협이 결국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유엔의 역할과 이를 지지하는 국제사회의 응원은 지속되어야 한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이 기고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기구인 UN지원SDGs한국협회와 세계일보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