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화학무기 시설’ 공습에도 러 군사적 대응 안해 / 美, 주둔군 연장… 對러 경제 제재 / 트럼프, 안정적 외교전략 못 내놔 / 러, 보복조치 검토 등 맞대응 나서 / 허위정보 유통… 사이버전 움직임 / 美도 알아사드정권 전복 안 원해 / 정부군 향후 반군 탄압 강화 우려시리아 내 화학무기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미국 등 서방 3개국이 외교를 통한 해법 찾기에 나서고 러시아 측이 군사적 맞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시리아를 둘러싼 더 이상의 국제적 무력충돌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들고, 러시아가 서방을 향해 사이버전쟁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미·러 간 ‘신냉전’ 기류는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서방의 공격에도 미국 등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전복을 원하지 않는 점을 보여준 만큼 오히려 향후 반군을 향한 시리아 정부군의 탄압이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는 이날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 조사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기구 출범 등의 내용을 담은 유엔 결의안 초안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람했다.

초안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 외에도 시리아 내 의료 이송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고,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국제평화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 등이 담겼다.

외신은 결의안이 16일 논의되며 시리아 정부를 비호하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등이 의제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와 별도로 CBS방송에 출연해 "아사드 정권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서방의 공습을 불법으로 규정한 결의안을 유엔에 회부했지만 지지를 받지 못한 러시아 역시 보복 조치를 검토하는 등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 항공우주, 원자력 업계와 협력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러시아 의회가 이번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가 온라인에 허위 정보를 유통하는 방식으로 미·영을 겨냥해 사이버전쟁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미 국방부가 14일 공습 이후 러시아의 출처로 파악된 가짜 정보가 평소 대비 20배 증가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방의 공습 이후 미·러 간 경제·외교적 힘겨루기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향후 시리아 정세는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회적 공습 외에 시리아를 안정시키기 위한 어떤 외교적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다 아사드 정권이 이런 혼란을 이용해 반군과 시민을 향한 비인도적 탄압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문제와 관련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미국이 러시아와 함께 이란, 터키 등이 수긍할 수 있는 협상안을 공동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트럼프는 시리아 지원금을 동결하고 사우디 등 아랍국에만 기댈 뿐 외교적인 해결 방안에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러시아 국회의원들과 만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 아사드는 정부군 폭격기를 동원해 홈스와 하마 인근에 최소 28차례에 걸쳐 공습을 단행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폭격은 반군은 물론 민간인 거주 지역에도 이뤄졌고 알레포 남부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고 민간구조대 하얀헬맷이 밝혔다.

NYT는 이번 공격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억제에만 맞춰졌기 때문에 아사드 정권이 향후 마음 놓고 반군을 향해 재래식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ICG) 선임분석가 샘 헬러는 "이번 공습은 화학무기를 제거하는 차원일 뿐"이라며 "시리아에는 국제사회에 이목을 끌지 않지만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재래식 무기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