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1970년 ‘하나의 문화민족’ 추진 / 1986년 제도화 뒤 1991년 통일 이뤄 / 민간 교환 공연 등 유연한 접근 시급독일 통일의 기틀을 닦은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는 1971년 "분단에도 불구하고 언어, 예술, 문화, 일상생활과 정신문화유산의 공통성에 기초한 민족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분쟁 지역에서 문화 교류는 정치적 상황에 의해 부침을 겪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 긴장을 완화하는 창구가 돼 왔다.

서독은 브란트 전 총리 집권 시기인 1970년부터 꾸준히 ‘하나의 문화민족(eine Kulturnation)’ 정책 아래 동독과의 문화 교류를 추진해왔다.

통일연구원이 2001년 발간한 ‘남북한 평화공존을 위한 사회문화교류협력의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브란트 전 총리의 대동독 정책인 ‘신동방정책’은 특히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사회 문화 분야의 교류, 협력을 중시했다.

하지만 문화적 소통이 가진 정치적 힘을 알고 있던 동독이 1960년대부터 ‘문화 차단 정책’을 편 탓에 이 같은 시도는 번번이 좌초됐다.

1973년 문화교류를 제도화하는 문화 협상이 개시됐지만, 13년 후인 1986년에야 협정이 실제 체결됐다.

5년 뒤 1991년 독일은 통일을 맞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일회적이고 단기적인 문화교류를 넘어 지속적인 교류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남북문화합의서’ 체결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아직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실장은 16일 통화에서 "대북제재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문화교류의 폭이 제한적"이라며 "이번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도 철저하게 비용은 각자가 분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남북문화합의서가 체결되면 문화교류의 특수성을 인정해 이 분야에 한해서는 각종 제한을 극복하기가 용이해진다.

통일 전 동독의 문화교류 차단 정책으로 교류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시절 제한적 교류가 허용됐던 분야가 오케스트라와 연극 공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 민간 교환 공연이 정부가 개입하는 교류보다 유연한 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

지휘자 정명훈씨는 지난 1월 ‘원코리아 유스오케스트라’ 창단 기자간담회에서 "언젠가 남북한 음악가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게 제 오랜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북 문화교류가 거의 끊어졌던 2012년에도 프랑스 파리에서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초청 형식으로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과의 합동 연주를 지휘했다.

홍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