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수장 연속 낙마 … 최흥식 전 원장 사퇴 이어 ‘충격’ / 조직 정체성 회복 기대 컸는데 / 직원들 일손 놓고 앞날 걱정"금감원장은 공직의 무덤인가." 1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청사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사무실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야근하는 직원들은 일손을 잡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원장이 임명되면 또 무슨 문제로 옷을 벗게 될지 걱정하는 버릇이 생길 것 같다"며 이어지는 낙마 사태를 개탄했다.

김기식 원장은 이날 저녁 의원 시절의 ‘5000만원 셀프 후원’과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등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론이 일부 ‘위법’으로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취임(4월2일) 2주 만의 사임이었다.

이로써 ‘최연소’ 금감원장 기록을 쓰며 취임한 김 원장은 ‘최단명’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추가하게 됐다.

전임 최흥식 원장은 하나금융 사장 시절의 채용비리 의혹으로 취임 6개월 만인 지난 3월12일 옷을 벗었다.

김 원장의 의원시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혹이 불거진 뒤 금감원 사람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갈렸다.

비판적 시각의 사람들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으니 사임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미 도덕성에 흠집이 났는데 어떻게 시장을, 업계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얘기들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금감원 관계자 A씨는 "김 원장의 강점인 개혁성과 도덕성이 오히려 약점으로 뒤바뀐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회의원치고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 안 갔다온 사람이 어디 있나", "그 정도 흠결이 사임 이유가 되냐"며 김 원장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이런 견해엔 김 원장에 대한 금감원 사람들의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 B씨는 "모처럼 개혁성향이고, 정치 실세여서 (금융위) 관료들과 붙을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원장은 취임식에서부터 "금감원의 정체성을 바로 하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며 정부(금융위)와의 관계에서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금감원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김 원장은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며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 권한은 정부인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으며, 민간기구인 금감원은 금융위 지휘·감독 아래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수직적 이원화 구조다.

금감원 사람들은 이런 구조 탓에 금감원이 정체성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