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 리스크, 진실은 ①] 연구 개발비, 같고도 다르다 흔히 제약 바이오 기업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다.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 갈 전도유망한 기업. 검증되지 않고 실적 없는 뻥 튀기 기업.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신약 개발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투자자는 신약 개발을 전제로 투자한다.

"잘 만든 신약 1개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영업 이익과 맞먹는다"는 말은 제약 바이오 기업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회사 관계자나 투자자 바람대로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시장에 안착한다면 그야말로 알짜 기업이다.

반면에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신약 개발에 실패한다면 그 회사는 물론 투자자까지 큰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제약 바이오 기업에 대한 큰 기대는 주가로 나타나고,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그 후폭풍이 몇 배로 되돌아온다.

투자자는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 엄청난 손해를 본다.

이처럼 제약 바이오 산업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리스크'다.

임상 시험 실패, 수출 계약 반환, 연구 개발비 회계 문제,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 등 그 리스크도 여러 가지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큰 화두는 연구 개발비(R&D) 회계 처리 문제다.

금융감독원이 10개 제약 바이오 기업에 대한 연구 개발비 회계 감리에 착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연구 개발비, 무엇이 문제인가? 기업이 신약 연구 개발비를 무형 자산으로 분류하면 해당 기업은 표면상 영업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반면 연구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면 영업 이익이 줄어든다.

일부 제약 바이오 기업은 연구 개발비를 비용 처리하는 대신 무형 자산으로 분류하는 걸 선호하고 실제로 그렇게 해 왔다.

결과적으로 실적이 우량한 기업으로 투자자에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 피해가 우려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약 제약 바이오 기업이 연구 개발비를 무형 자산 처리했는데 신약 개발까지 실패한다면 투자자 손해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무형 자산으로 처리하고 신약 개발에 실패했더라도 이를 견딜 만한 충분한 체력이 있는 우량 기업일 경우엔 차후 반등이 가능하다.

우량 기업 가운데 연구 개발비를 무형 자산 처리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반면에 2016년 말 현재 상장 제약 바이오 기업 152곳 가운데 83곳이 연구 개발비를 무형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해외 기업이 신약 개발이 완료되고 시판 허가를 받은 후에야 자산으로 분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감독원은 "해외 기업과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도 큰 차이가 발생할 경우 국내 기업 회계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차바이오텍의 경우 연구 개발비를 무형 자산으로 분류했다가 다시 비용 처리하는 바람에 한국거래소에 의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됐다.

같지만 다르다? 그렇다면, 연구 개발비 리스크는 모두가 똑같을까? 이 대목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도 중요하다.

우선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은 개발 분야가 다르다.

신약, 바이오 신약, 복제약, 바이오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등 천차만별이다.

연구 개발 분야마다 특징이 다르다.

모든 연구 개발비의 무형 자산 분류를 똑같이 보면 안 되는 이유다.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의 회계 처리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의거해 회계 처리를 하고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1038호가 제시하고 있는 무형 자산 인식 조건은 ▲미래 경제적 효과가 기업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자산 원가를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경우 ▲개발 활동 등이다.

특히 개발 활동은 ▲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무형 자산을 완성해 사용 혹은 판매하려는 기업의 의도 ▲무형 자산을 사용 및 판매할 수 있는 능력 ▲무형 자산을 거래하는 시장 존재 제시 ▲무형 자산 개발 완료 시 판매에 필요한 기술적, 재정적 자원 입수 가능성 ▲무형 자산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을 근거로 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짚을 항목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다.

즉, 개발 중인 의약품 성공 가능성인 것. 해외 글로벌 제약사가 연구 개발비 자산화를 시판 이후에야 무형 자산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오리지널 신약이나 바이오 신약 개발 성공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복제약 바이오시밀러는 개발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대입해 보자.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실패한 경우가 없다.

또 이미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수많은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무형 자산을 사용하거나 판매하려는 기업의 의도, 능력, 거래 시장 존재 제시 등 모든 기준을 충족시킨다.

셀트리온 측도 "개발 활동을 충족하는 6가지 항목을 셀트리온은 다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신약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제품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그 때부터 연구 개발비를 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개발비 이슈는 달리 봐야 하는 문제"라면서 "금융 당국의 바이오 기업 회계 감리는 각기 다른 기업 상황에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 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업계 상황을 무시한 기준을 들이대면 바이오 기업의 신사업 의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