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안은 우리 헌법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교육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해 만든 시안에 따르면 2020년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배울 검정 역사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이 빠진다.

대신 ‘남한과 북한에 각각 들어선 정부’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또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뺀 ‘민주주의’라는 용어로 대체된다.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이 삭제된 시안은 헌법 3조 영토 조항과 상충된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중론이다.

헌법 3조는 ‘대한국민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을 불법 집단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남북 교류 화해,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등이 있다고 해서 헌법 3조의 정신이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중·고생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헌법 가치보다 우선될 수 없다.

교과서를 비롯한 모든 국가 규정이나 제도는 헌법 정신 및 규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최고 법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다.

민주주의라는 용어도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4조와 배치된다.

헌법 전문(前文)에도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도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그대로 사용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 지난 2월 당 강령에서 ‘자유’를 착오로 빼먹었다면서 자유민주주의로 회귀했던 사안이다.

민주주의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까지 아우르는 만큼 우리의 헌법적 가치와 국가이념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지적에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과서 수정이 반복되는 점도 문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역사교과서 개편 논의가 일었다.

노무현정부는 2007년 보수적 역사관이 담긴 국정 한국사 교과서 체제를 검정체제로 전환했고,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선 집필 기준 변경과 국정교과서 추진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치의 입김으로 교과서 내용이 바뀌면 불신과 갈등만 초래하게 된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헌법 가치에 어긋나는 집필 기준안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