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 기자] 국토교통부가 땅콩회항 파문 당시 대한항공 KE-086편을 운항했던 A기장의 징계를 재추진한다.

국토부는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강압적인 회항 지시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A기장을 피해자로 보고 징계하지 않았다.

국토부가 뒤늦게 징계에 다시 나서면서 '칼피아' 논란을 벗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18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 A기장 등 3명의 징계를 결정한다.

A기장은 지난 16일 인사위원회 출석 통지를 받았다.

A기장과 함께 조 전 부사장, 여운진 상무(객실담당)도 징계에 회부됐다.

두 사람은 땅콩회항과 관련해 허위진술을 한 혐의로 징계를 받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5년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뉴시스 A기장이 국토부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건 4년 전 땅콩회항 사건 때문이다.

A기장은 2014년 12월5일 미국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귀국편 항공기(KE-086편)의 조종사였다.

그런데 해당 비행편에 탑승한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견과류(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난동을 피웠다.

조 전 부사장은 탑승구를 떠나 출발한 항공기를 강제로 회항토록 지시하고, 박창진 사무장을 강제로 하기시켰다.

이 사건으로 이륙이 46분 동안 지연됐다.

징계위 회부 문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A기장의 징계사유로 미흡한 대응을 꼽았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지시를 인지하고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아 운항규정을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A기장은 회항의 이유로 당시 비행안전보고서(ASR)에 정비 불량으로 보고했다.

이륙을 위해 이동 중 항공기에 문제가 발생해 회항했다는 내용이다.

A기장의 잘못은 분명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사용자의 지위를 이용해 강제 회항을 지시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시 국토부도 조 전 부사장의 강압적 지시로 인한 회항이라는 점을 고려, A기장을 징계하지 않았다.

A기장은 실제 땅콩회항 사건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조종사 동료들은 설명했다.

A기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한동안 출국도 금지됐다.

국토부의 뒤늦은 징계를 두고 조종사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항공업계에서는 국토부가 미국 국적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진에어 등기이사로 등재됐지만 제재에 나서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번 대한항공 사태의 불똥이 튈까 사전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토부 운항안전과 감독관은 땅콩회항 사건 수사자료를 대한항공에 유출해 징계를 받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부실 조사를 했던 국토부가 대한항공 갑질·밀수 사태가 터지자 선긋기를 하는 것"이라며 "관세청과 마찬가지로 국토부도 대한항공과 긴밀하게 유착돼 있는 것은 업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는 국토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구태우·신상윤 기자 good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