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정책 투명성 강화 / 3개월 시차 두고 순거래내역만 / 한은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로 /‘개입 공개’ 발표에도 환율 안정 / 김동연 “급격한 쏠림 있을 때 시장 안정화 조치 원칙 그대로”정부가 외환정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환당국의 외환 순거래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향후 1년 동안은 6개월마다, 1년 후부터는 3개월마다 공개한다.

외환정책에 대한 대내외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1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반기별, 1년 후부터는 분기별로 외환당국이 실시한 외환거래액을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을 확정했다.

공개대상은 총매수액에서 총매도액을 차감한 순거래내역이다.

당초 순매수액, 순매도액까지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순거래내역으로 정리됐다.

공개 시점 역시 대상기간 이후 3개월의 시차를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순거래내역은 내년 3월 말 한은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이날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한국 외환시장이 충분히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개를 해도 대외 요인에 대응할 힘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 외환시장 규모는 1998년 11억달러에서 지난해 228억5000만달러로 20배 이상 커졌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화 보유액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3984억2000만달러로 늘었고, 총외채 중 단기 외채 비율도 27.7%로 외화유동성도 안정적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그간 외환시장 안정조치 내역을 비공개해 우리 외환정책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국제적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우리나라만 공개하지 않고 G20(주요 20개국)도 대부분 공개하고 있다"고 외환시장 개입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어떤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때 시장안정 조치를 한다는 기존 원칙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외환시장 개입 공개 발표에 따른 외환시장 영향은 크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오른 달러당 1081.2원으로 마감했다.

개입 내역 공개 재료 자체가 지난달 이미 환율에 반영된 데다가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강하고, 북·미 회담 관련 불확실성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확산해 환율을 끌어올렸다.

그동안 외환시장에서는 개입 내역이 공개되면 당국의 개입이 줄어 환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달 달러당 1050원대까지 떨어졌던 것도 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개입 공개 방침이 우려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공개 ‘물꼬’가 트인 만큼 앞으로의 대처를 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순매수와 순매도 공개가 아닌 순거래내역 공개로 막았다는 것과 외환시장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가진 것은 평가할 만하다"며 "다만 추가 공개 요구에 대한 대처 등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주기적으로 외환 거래액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과거와 달리 감독과 간섭을 받게 되는 것인 만큼 직간접적으로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주요 무역대상국 중 하나인 미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수출에 부정적 잠재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자료 공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세종=박영준 기자, 이진경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