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밝혀 / 고위급회담 무산 책임 관련 “차후 북남관계는 南에 달려” / 다음주 韓·美 정상회담 염두 / 南 압박, 고지 선점 의도 담겨남북 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인 리선권(사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이날 남북고위급회담 무산 책임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북측에 유감 표명과 함께 회담에 조속히 호응할 것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낸 데 대해 "우리가 취한 조치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고 필요한 수습대책을 세울 대신 현재까지 유감 따위나 운운한다"고 비난했다.

앞서 북한은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회담 당일인 16일 오전 12시30분 회담 무기연기 입장을 우리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리 위원장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의 그 어느 조항, 어느 문구에 상대방을 노린 침략전쟁 연습을 최대규모로 벌려놓으며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비방중상의 도수를 더 높이기로 한 것이 있는가"라며 "유감은 우리가 표명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느닷없는 대남 강경 대응은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는 22일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전직 고위 외교·안보 관료는 "북한의 핵폐기 검증 방식과 비핵화 조건을 둘러싸고 북·미 간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남한을 압박해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중국이라는 우군도 확보한 만큼 북한으로서는 북·미 핵담판을 앞두고 갖고 있는 모든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판 자체를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서·김예진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