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비판 / “美, 회원국위해 많은 돈 쓰는데 / 방위비 2% 수년간 미지급·연체” / ‘안보 무임승차론’ 또다시 거론 / “獨, 러의 포로”… 가스관사업 지적 / 메르켈 “국방비 올릴 것” 반박 / 16일엔 헬싱키서 푸틴과 회동 / 나토엔 쓴소리·러와는 연대 행보미국과 유럽연합(EU)이 11일(현지시간)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앞두고 방위비 분담 문제 등으로 격돌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EU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이 전례 없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나토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위비 분담 확대를 압박하며 유럽 동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나토의 다른 회원국이 나토를 돕기 위해 400억달러를 냈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미국은 훨씬 더 많은 돈을 쓰지만 다른 나라는 충분히 지불하지 않았고 이는 미국 납세자에게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가진 조찬 회동에서 독일이 국방비 지출에는 나서지 않고 미국의 안보 제공에 의존하면서 도리어 러시아와 ‘노스 스트림 2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독일이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한 4년 전 정상회의 합의를 이행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시절부터 낡은 유럽 동맹들이 미국에 빚을 지고 있다며 제기했던 ‘안보 무임승차론’을 반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1일 ‘러시아의 포로’라고 지적한 트럼프의 발언을 반박하며 "우리는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2024년까지 독일은 2014년 국방비보다 80% 이상 더 지출할 것"이라며 GDP의 2%까지 방위비를 올리겠다는 결정을 약속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나토 측은 29개 회원국 가운데 7개국만 올해 GDP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원국의 3분의 2는 그런 기대를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나토의 입장이다.

미국은 지난해 GDP의 3.57%를 방위비로 지출했다.

반면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방비는 GDP의 1%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토의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선언할 것 같지만, 방위비 분담 확대를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토정상회의 이후의 트럼프 대통령 일정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15일 영국을 방문하고,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동맹인 나토에 ‘쓴소리’를 한 뒤 ‘잠재적 적국’인 러시아의 대통령을 만나는 셈이다.

전통적 집단안보체제인 나토를 흔들고, 나토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의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동맹을 맺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농담까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크림반도 병합 이후 G8(주요 8개국) 회의체에서 쫓겨난 러시아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에도 푸틴 대통령에 대해 "적인지 친구인지는 지금 당장 말할 수 없지만, 그는 경쟁자"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에서 만나는 사람 중) 솔직히 푸틴 대통령이 가장 쉬운 상대"라며 "러시아와 잘 지내고, 중국과 잘 지내고, 다른 국가들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