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관리감독 부실과 내부의 견제 및 자정능력 상실, 총수의 무능 등 이른바 '3무(無)'가 중첩되면서 끝내 재앙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최근 진에어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외국 국적자가 불법으로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토부의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국토부는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불법 외국인 임원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가,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진위 여부를 파악해 논란을 일으켰다.

진에어의 경우 2010∼2016년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등기이사로 올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면허취소 등 처분 검토를 위한 청문 절차를 준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진에어 논란 이후 국토부가 항공사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국토부는 법률 자문 결과 면허취소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허술하게 뚫린 관리감독 책임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형 항공사에 대한 외부 감시가 느슨한 이유는 국토부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5월 입수한 현직 국토부 항공정책실 명단에 따르면, 항공안전 및 운항자격을 관할하는 항공운항과 공무원 32명 중 14명(43.7%)이 대한항공 출신이다.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유착관계를 뜻하는 '칼피아'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항공업계에서는 한국항공대와 대한항공 출신이 국토부에 대거 포진해 민관 유착의 통로가 됐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관세청이 세관 심사 없이 수하물 등을 통과시키는 '프리패스' 사실마저 드러나면서, 외부의 견제는 무용지물인 실태가 입증됐다.

항공사 내부에서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위기를 키웠던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한항공 사외이사 5명의 이력을 보면 법조계 3명, 대학교수 2명으로 항공산업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법조계 2명과 정치권 1명, 대학교수 1명으로 구성돼 있어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 항공법 위반 등은 내부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에 머물면서 감시와 견제기능이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사분오열되면서 내부 자정능력도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 2006년 12월 항공업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파업 등 단체행동권을 제한했다.

이에 직원들이 경영진을 견제할 카드도 사라졌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총수 갑질을 직접 폭로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총수의 무능과 판단 착오도 양대 항공사가 사면초가에 빠진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의 원인이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대한 1600억원 상당의 부당지원(BW 매입)을 둘러싼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책임의 화살은 박삼구 회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협력사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불공정거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임박했다.

이와 함께 한 시민단체는 지난 9일 기내식 대란 사태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 배당됐다.

형사6부는 조양호 한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기업·금융범죄 전담 부서다.

박 회장은 이외에도 그룹 재건을 위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 등 주력 계열사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직면해 있다.

앞서 조양호 한진 회장은 막내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있자 이사회에서 사과와 경질 주문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사태는 명품 밀반입에 따른 조세 포탈과 폭행, 상속세 탈루 등 각종 범죄 혐의로 확산됐고,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씨, 두 딸이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유일하게 논란에서 비켜나 있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마저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일가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무리한 한진해운 인수와 이에 따른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 등도 도마 위에 오를 태세다.

호화 변호인단 구성으로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안이한 판단은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케 하는 근거가 됐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