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 두개의 핵심 쟁점 중 하나에 대해서만 결론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증선위는 12일 브리핑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공시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담당임원 해임권고와 감사인 지정 3년 조치를 내리고 재무제표를 감사한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에 대해서는 감사업무 제한을 의결했다.

하지만 또다른 쟁점이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부분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증선위는 "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부당하게 변경함으로써 투자주식을 임의로 공정가치로 인식하였다는 지적에 대해 회계기준의 해석과 적용 및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면서도 "핵심적인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이 유보돼 있어 조치안의 내용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추가적인 감리를 실시한 후 증선위에서 다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증선위는 이번 결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음을 의식한 듯 "금감원의 조치안에 구체성이나 명확성이 미흡해서 증선위는 현 단계에서 조치할 수 있는 가장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치안 수정을 금감원에 요구했으나 금감원이 입장 변화 없이 계속 난색을 표했다"며 "조치를 내릴 수 없으면서 상당기간 교착상태 지속되는게 오히려 시장 혼란이 크다고 판단해 합의된 부분을 우선 발표하고 이후 추가 감리를 통해 나머지 부분을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으로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제재를 최종 결론내리기 위해 결국 증선위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셈이 됐다.

앞서 금감원은 1년여간의 특별감리 끝에 지난 5월 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제재에 착수했다.

일찌감치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 삼성바이오가 고의적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해온 터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내다가, 2015회계연도에 갑자기 1조90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섰다.

이 회사의 지분 91.2%를 보유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하고, 공정시장 가액방식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합작사인 미국의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한 점을 들어 종속회사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지난달 말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심의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양 기관간에 갈등이 표출됐다.

증선위는 지난달 20일 3차 심의 후 금감원의 '조치안' 수정을 요구했지만, 금감원은 원안 고수 입장을 내비치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회계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던 것으로 보고 증선위에 대표이사 해임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건의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후 2012년~2014년 회계처리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금감원에 감리조치안 보완을 요청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검찰 고발 소식이 전해진 뒤 매매거래정지를 두고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의 매매거래정지 공시가 상장폐지 여부 판단을 위한 것으로 오인돼서다.

거래소는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오는 13일 오전 9시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중요내용공시(검찰고발)로 인한 매매거래정지로 투자자의 주의 환기를 위한 조치다.

오후 2시30분을 기준으로 이전에 중요내용공시가 나오면 공시 시점을 기준으로 30분간 매매가 정지되고 이후에는 다음날 정규장 시작 직전까지 매매 정지가 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금융위의 검찰 고발이 이뤄지면 고발 내용에 회계처리 위반 규모가 포함될 것이어서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매매거래정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때문에 이번 거래정지를 상장 적격성 심사를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검찰 고발이 공시 누락 부분에만 한정돼 상장 적격성 심사 여부를 피하게 됐다.

상장 적격성 심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검찰 고발과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이란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이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긴급 브리핑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