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우방과 균열… 中중심 합종연횡 본격화/“GDP 4%까지 방위비 증액하라”/ 트럼프, 나토 정상회의에서 압박/ 獨 겨냥 “러시아의 포로 돼” 맹공/ 中, ‘美 우선주의’에 대항 우군 확보/ 유럽에 적극 구애… 반미연대 모색/ 加·러 등과도 연합전선 구축 나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외교 문법’을 파괴하고 있다.

전통적인 우방이었던 미국과 유럽의 간극은 커지고, 중국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유럽과의 밀착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색채를 더하고 있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미국 고립주의’로 전락할 여지도 짙다.

각국이 합종연횡에 본격 나설 경우 국제사회는 더욱더 ‘변화 난기류’에 빠져들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날 회의에 참석해 회원국들을 향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까지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주장했다.

‘GDP 대비 4%’ 방위비는 지난 2014년 영국 웨일스에서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방위비 분담금 예산을 2%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했던 합의안보다 2배가 많다.

4% 지출 요구가 회원국들을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풀이되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의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는 나토 회원국 29개국 중 8개국만이 방위비 분담금 지출 약속을 지키고 있는 점을 거론했다.

이어 이틀째 회의에서도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미국은 유럽 보호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무역에서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회원국들은) 즉시 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불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가진 조찬 회동에서는 독일을 겨냥해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독일을 보호하려고 하는데, 그들(독일)은 러시아에 수십억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은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러시아에 포로가 돼 있다"고 비난했다.

나토와 회원국들은 갈등을 애써 부인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회원국들 사이에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가 취한 결정은 유럽과 미국이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은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방위비 증액을 약속했다.

이 와중에 중국은 미국 우선주의에 대항하는 반미연대 모색과 미·중 무역전쟁 수행을 위한 우군 확보 차원으로 유럽에 대한 구애를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16∼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과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반미 공동전선 구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전쟁을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경제냉전’이라는 ‘글로벌 맥락’으로 부각시켜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추진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로 피해를 본 EU와 캐나다, 러시아 등과의 연합전선 형성에 몰두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무역전쟁 발발 직후 불가리아로 날아가 중·동유럽(CEEC) 16개국 모임인 ‘16+1’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독일 베를린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 미국의 신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중국은 특히 EU 중심국가인 독일과의 연대를 바라고 있다.

최근 독일 기업 바스프의 100% 지분 보유를 인정하고 단독 투자를 허용한 것이나,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의 독일행을 묵인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자국 시장 개방을 약속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싱턴·베이징=박종현·이우승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