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폭염에 전력수급 비상 걸려 / 수요억제 땐 “원전폐쇄로 부족” 비판 / 한수원, 원전 재가동·정비 연기키로폭염으로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당장 이번주에도 전력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를 억제하자니 탈원전에 따른 ‘전력 부족’ 비판에 직면할 딜레마 상황이다.

2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최대전력수요는 지난주 네 차례 여름철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6일 오후 5시 기준 8631만kW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8일(8671만kW), 19일(8759만kW), 20일(8808만kW) 연일 새 기록을 세웠다.

지난 금요일 전력예비율은 10.7%로 통상 충분하다고 보는 예비전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일찍, 급격히 증가하는 데 따른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여름철 하계수급대책’에서는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를 8830만kW, 시기는 8월 둘째·셋째 주로 예상했지만 산업부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에 이번주부터 전력수요가 올여름 최대치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지난 20일 정정했다.

이 같은 예상치 못한 폭염에 정부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발전소를 더 짓는 대신 수요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대응책은 기업이 피크 시간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보상하는 수요감축요청(DR)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예전만큼 사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지난겨울 경험했듯 반복적인 DR 발령은 ‘탈원전으로 전력이 부족해지자 기업의 전기 사용을 통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원전 6기가 멈춰 있는데, 전력 피크 시기인 여름과 겨울에 발전소를 세우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는 "전력수요는 계속 늘어날 텐데 정부는 탈원전 국면에 전기를 아껴 쓰란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5년쯤 후를 기점으로 2011년 9·15 순환정전(기록적인 늦더위에 발생한 전국적인 정전사태) 때만큼 혹은 더 큰 탈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이날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정비 중인 한빛 3호기·한울 2호기를 전력피크 기간인 8월 2∼3주 이전에 재가동하도록 속도를 내고,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 정비를 여름철 이후로 늦추겠다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