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장, 자체 수사 의뢰 / 행위 ‘위법성’이 쟁점 / 경찰들 “나도 처벌하라”지난 3일 오전 5시30분쯤.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A 경위는 강남구의 한 클럽 앞 길바닥에 주저앉은 젊은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몇 차례 흔들었다.

이 여성은 당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장면이 찍힌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지면서 과잉 대응 논란이 일었다.

A 경위는 즉각 대기 발령과 감찰을 받았다.

수사 선상에도 올랐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이 폭행 혐의로 자체 수사를 의뢰해서다.

형법상 경찰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폭행을 저지르면 5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A 경위를 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안에서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는 건 범죄 구성 요건인 ‘위법성’이다.

A 경위의 행위가 범죄나 불법 행위로 인정되는 객관적 요건을 충족하는지가 문제 되는 것이다.

그런 요건을 갖췄다 해도 실질적으로는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름 아닌 ‘위법성 조각 사유’다.

정당 행위를 규정한 형법 20조에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A 경위는 "해당 여성이 민소매 차림으로 만취해 누워 있어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의 구성 요건 중 위법성이 문제 될 것 같다"면서도 "A 경위 주장처럼 신체 접촉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머리채를 잡았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돼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안도 그렇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청장의 수사 의뢰를 놓고 경찰들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일부 경찰들은 "나도 처벌하라"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6일 경찰 내부망에는 ‘청장님 저도 기소해 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와 경찰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B 경찰관은 "길에 쓰러진 주취자를 깨울 때 손으로 쇄골 부위를 강하게 눌러 자극을 주는 방법을 쓰고 있다"면서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수많은 주취자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니 폭행죄로 처벌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 경찰관도 같은 제목의 글에서 "A 경위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면서도 "여성 주취자의 머리채를 잡은 게 무슨 죄가 될지 도저히 모르겠다.(폭행죄라 하면) 폭행의 고의로 머리채를 잡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객관적 사실이 다 나와 있는데 (청장이) 수사하라 하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란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청장을 향해 "지금이라도 수사 지휘는 거두어 주고 이런 경우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관은 "경찰대 출신인 이 청장이 하위직의 어려움과 애환을 알 수 없는 게 아니냐"면서 수사 의뢰 조치에 대해 "이래서 제도적 뒷받침 없이 경찰에 수사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같은 날 "이번 사건은 여성 주취자 신고에 남자 경찰관 2명이 출동해 발생했다"며 "여경으로만 구성된 파출소를 만들어 여성 주취자나 가정 폭력, 성폭력 신고에 대응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고 제언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