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청년들…어촌이 젊어진다 / 경남 통영에 첫번째 ‘귀어학교’ 개소 / 2017년 귀어인 10명 중 2명 30대 이하 / 어업·해양레저업 등 창업 도전 늘어경상남도 통영에 우리나라 첫 번째 ‘귀어학교’가 문을 열었다.

이름도 생소한 이 귀어학교에 전국 각지에서 21명의 교육생이 모였다.

25세 최연소 교육생을 시작으로 30대와 40대가 주축이다.

이력도 경험도 천차만별인 도시 청년들이 기숙생활을 하며 현장실습 위주의 8주 교육을 받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바다로 왔다.

이들은 젊어지고 있는 어촌의 오늘을 보여준다.

어업인이 되기 위해 어촌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 귀어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보면 30대 이하 귀어인은 19.7%다.

10명 중 2명이 20대 또는 30대라는 이야기다.

40대 귀어인도 24.6%를 차지했다.

귀어인 평균 연령은 50.3세로 전년보다 1세 낮아졌다.

30대 이하, 40대 귀어인 비중이 전년 대비 각각 1%포인트, 2.7%포인트 늘어나고 60대와 70대 이상 귀어인 비중은 각각 2.3%포인트, 1.4%포인트 감소했다.

30대 이하 귀농인 비중이 10.5%, 40대가 17.8%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귀농인 평균연령은 54.3세로 전년보다 0.1세 늘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어촌으로의 신규 인력 유입 촉진을 위해 청년 어업창업자 정착지원 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어서 어촌에서 창업하는 청년 귀어인은 꾸준히 늘어갈 전망이다.

해양수산부가 10일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서 ‘청년어촌, 활력바다’를 주제로 연 2018 귀어·귀촌박람회에는 사전등록 관람객이 1900명을 넘겼다.

청년들의 귀어가 늘고 있는 것은 어업이나 해양레저업 등 분야가 다양하고, 소득이 높다는 장점 덕분이다.

지난해 어가 평균소득은 4902만원으로 농가 평균소득(3824만원)보다 높다.

특히 40대 이하 경영주 어가소득은 1억2139만원으로 전년보다 10.1%나 증가했다.

지난 7일 통영 귀어학교에서 어업인 되기에 도전하는 청년들을 만나 포부와 고민을 들어봤다.

◆청년, 귀어에 도전하다귀어학교 1기 교육생 김태현(36)씨가 현장체험 실습하고 있는 통영 산양읍 중화마을에 위치한 ‘중화양식’ 사무실에 들어서자 대형 컴퓨터 모니터 5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 한쪽에는 드론이, 테이블 위에는 디지털카메라와 연결된 최신 촬영 장치가 눈에 띄었다.

통영 어촌마을에서 최신 장비를 갖춘 벤처기업 사무실이 차려진 듯했다.

김씨는 부산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영상 처리 분야 연구원으로 8년 동안 일하다 2016년 귀어했다.

이미 1년 동안 양식업을 배운 김씨가 지난 6월 귀어학교에 입학한 것은 어업에 대해 더 자세히 배우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다.

김씨는 "어업 전반에 대한 이론을 익혀 내실을 다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귀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조석현(45)씨는 2015년에 귀어했다.

부산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하고 IT(정보기술)업계에서 일하던 조씨는 아버지가 통영으로 귀촌한 이후로 통영을 오가면서 자연스레 양식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스마트 양식을 도입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통영에서 자리를 잡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김씨에게 귀어를 권유했다.

고영모(45)씨는 조선소에서 일하다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차근차근 귀어를 준비 중이다.

틈틈이 소형선박조종사 면허, 동력수상레저기구조정 면허, 제한무선통신사 자격증에 인명구조요원 자격증까지 땄다.

귀어귀촌종합센터 상담을 통해 귀어학교를 소개받고 입학했다.

그는 산양읍 연명마을에서 양식업과 수산물 가공·유통업 실습에 집중하고 있다.

고씨는 "볼락과 우럭 양식에서 가공, 판매까지 6차 산업 일련의 과정을 다 배우고 있다"며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실습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에서 어선어업 실습을 하고 있는 최희망(34)씨 역시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소에서 8년을 일하다 귀어학교에 참여했다.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미래는 어두웠고, 1년간의 고민 끝에 결심을 내렸다.

서우태(25)씨는 귀어학교 최연소 교육생이다.

경기도 일산의 한 유통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다 귀어학교에 왔다.

2016년 아버지가 귀어해 군산 비응항에서 낚시어선 사업을 시작하면서 서씨도 귀어를 결심했다.

서씨는 통화에서 "회사에 입사해 평범하게 일하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다"며 "아버지가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결정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바다라는 낯선 환경에 정착하기까지귀어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는 귀어인보다 실패하는 귀어인이 더 많다.

귀어학교 1기 30명 모집에 35명이 신청했다가 하나둘 등록을 포기하고 21명만이 남아 교육을 이어가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바다라는 극한 환경에서 새벽 다섯시부터 일과를 시작해 저녁까지 이어지는 야외 작업은 제아무리 건장한 청년이라도 버텨내기가 힘들다.

물고기도 죽어나가는 기록적 폭염에 현장체험 실습도 연기되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초기 자본금이 많이 들어가는 어업 특성상 자본금 마련도 쉽지 않다.

정부가 창업 지원금으로 3억원, 주택비용 등으로 5000만원 융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연고도 없는 어촌마을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김태현씨는 지난해 2억원가량을 투자해 우럭 치어를 사들여 15개월간 공들였지만 산지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올해는 돌돔을 양식하고 있는데 집단폐사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와 고수온이 걱정이다.

김씨는 "양식업을 운영하는데 자본 투자 규모가 크다.수익 등이 일정치 않은데, 경험은 부족하니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조석현씨는 "무엇보다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생산에서 유통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청년 귀어가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최희망씨는 자본금이 걱정이다.

최씨는 "양식업을 하면 수억원의 수익을 낸다고 하는데 그건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이지 실패 사례가 더 많다"며 "당장 투자금이 필요하고, 정착하기까지의 수익이나 생활 자금 등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우태씨는 "바다라는 환경 자체가 낯설고 일 자체도 생소한 것이 가장 힘들다"며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젊음은 무기, 결정은 신중해야그럼에도 이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김씨와 조씨는 ‘스마트 양식’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양식장에 자동 급이기와 영상장치를 설치해 사무실에서 자동으로 먹이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완성 단계에 있다.

5개의 대형 모니터를 통해 먹이 활동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양식장까지 4㎞ 거리이지만 하루에도 수차례 배를 타고 나가 먹이를 줘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자동화 시스템이 완성되면 수온 등의 환경조건이나 양식기술 등을 기록해 빅데이터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김씨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 연구·개발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가장 큰 무기는 젊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부딪혀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귀어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장충식 경상대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어업이 육체적으로 힘들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귀어학교 등과 같은 어업창업 기술 과정을 거쳐야 하고, 최소한 사계절은 어촌 생활을 경험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정착에 성공하면 생활적인 부분이나 수익적인 측면에서 도시보다 나은 점이 많이 있다"며 "정부도 조업설비 현대화 및 자동화 사업 지원 등을 통해 어획강도를 줄이고 청년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영=글·사진 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