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은 누구에게나 힘든 무더위지만, 인형탈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무더위는 고통을 넘어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시야가 캄캄해지는 무거운 탈을 쓴 채 두툼한 솜으로 만들어진 마스코드 인형 탈을 쓰고 일을 하는 건 '걸어다니는 한증막'이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알바생들이 제대로 쉴 수 있는 구조도 아닙니다.

특히 단기간 알바로 일을 할 경우 당장 돈을 벌어야 하기에 상당수 인형탈 알바생들은 더운 날씨에도 묵묵히 현장에 나가 고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근 알바포털 알바몬이 알바생 1488명을 대상으로 ‘여름철 최악의 아르바이트’를 설문조사 결과, 인형탈 알바가 29.8%로 5년 연속 1위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처럼 매우 특별한 상황에서 고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어느 정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을 보면,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시간당 10~15분씩 휴게시간을 줘야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런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규직 직원은 물론 알바생들도 휴게시간을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보다 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테마파크인 롯데월드에서 알바를 하던 대학생 황모씨는 인형 탈을 쓰고 장시간 퍼레이드 공연을 하다가 쓰러졌다.

37도가 넘는 폭염에 인형 탈까지 써 열사병으로 쓰러진 것이다.

사측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고 하다 황씨가 쓰러진 뒤 약 1시간이 지난 후에야 119 구급대를 불렀다.

황씨는 쓰러지기 전날에도 열사병 때문에 조퇴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롯데월드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폭염에 대비해 공연 알바생들에게 '아이스 조끼'를 제공했고, 황씨가 쓰러진 직후 간호사가 응급 처치를 해 119까지 부를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황씨가 이틀 연속 인형 탈 알바를 한 것은 알바비를 벌기 위해 그가 자발적으로 지원한 것이지 사측이 강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알바생 "초과근무는 일상, 제대로 된 휴게시간도 없었다" vs 롯데월드 "법정근로시간·휴게시간 제공"롯데월드는 '법정 휴게시간 위반' 논란에도 휩싸였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4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는 30분 이상, 8시간의 경우에는 1시간 이상 휴게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도 황씨처럼 폭염에 일할 경우 사용자는 1시간 근로당 15분씩 휴게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제 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롯데월드 측은 "황씨에게 법정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모두 제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바생들의 증언은 달랐다.

초과근무는 일상이었고, 휴게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형탈을 쓰고 두꺼운 털옷을 입는 등 근무 복장을 갖추는 시간까지 휴게시간에 포함시켜 실제 식사시간이 10~15분일 정도로 짧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렇다면 휴게시간에 근로를 위한 분장 및 의상 착용 시간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정당한 것일까.근로기준법에서는 휴게시간을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고 있다.

대기 및 근무 시간 구분이 명백하고, 근로자가 사전에 대기시간을 알고 있으며, 그 대기시간 중 사업장 밖으로 나갈 순 없지만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면 휴게시간으로 인정한다.

이를 종합하자면 공연을 위해 분장하는 시간이나 근무복장으로 갈아입는 시간을 휴게시간에 포함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알바생들의 증언대로 휴게시간에 근무복을 입는 시간이나 분장을 하는 시간을 휴게시간에 포함시켰다면, 법정 휴게시간 위반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의당 "롯데월드, 알바생에게 공식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정의당은 롯데월드 공연 알바생이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사고에서 제대로 된 대처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그간 롯데월드 법 위반과 인사노무 관리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롯데월드 캐스트 근로계약서, 서약서, 윤리경영 실천서약서 등을 입수해 검토한 결과 스케줄표에 표기된 자필 출퇴근 기록과 실제 출퇴근 기록이 다르다고 정의당은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공연 시작 15분 전 먼저 출근해 공연 준비를 해야 했고, 하루 공연 일정이 종료된 이후에도 뒷정리 등으로 15~20분 이상 더 소요됐지만 노동시간에서 누락됐다는 것이다.

출퇴근 기록 방식은 6년 전 지문인식에서 자필로 바뀌었는데, 지문인식 방식이었을 땐 1분 늦을 경우 5분으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깎았다고 정의당 측은 밝혔다.

정의당에 따르면 롯데월드는 알바생 근로계약기간도 3~4개월씩 쪼개가며 갱신했고, 24개월이 되기 전인 23개월에 이르면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갱신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알바생들은 연차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고 공연시간과 연습시간, 휴게시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휴게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라고 정의당 측은 지적했다.

강은미 정의당 부대표는 "사측은 청년 알바생에 대해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롯데그룹 알바생 노동환경 실태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월드 측은 20일 공연 알바생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캐릭터 연기자들은 기존 일 6회 공연에서 평균 4~5회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1회 공연 시간은 최대 30분을 넘기지 않고 있으며, 공연마다 1~2시간의 간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이슈에 대한 개선책으로) 12시30분에 진행되던 캐릭터 공연 폐지했고, 퍼레이드 공연 시 연기자 체력 부담 줄이기 위해 전체 캐릭터 연기자(5배역) 퍼레이드카 탑승 방식으로 공연 참여했다"며 "이와 별도로 일반 연기자 분장시간 확보를 위해 공연시간을 조정하고, 인사팀에서 연기자 및 직원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