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 나이에도 꾸준함 무기 승률 19%·연대율 41% 달성 데뷔초와 차이없는 성적 유지 벨로드롬의 ‘불로장생’ 우뚝 [한준호 기자] 지난 1994년 출범한 경륜이 오는 10월 15일이면 ‘24돌’ 생일을 맞는다.

이 기간 벨로드롬을 거쳐가거나 현재 활약 중인 선수는 1기 등록 선수 111명을 시작으로 2017년 훈련원을 졸업한 23기(26명)까지 무려 1100여 명에 달한다.

1기 원년 멤버는 현역 538명의 선수 중 7명뿐이다.

2기는 78명 중 8명, 3기는 43명 중 고작 4명만이 벨로드롬을 지키고 있다.

영원할 것 같던 ‘은륜 스타’들도 결국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 열세에 직면하거나 각종 부상 후유증, 개인사 등을 이유로 벨로드롬을 떠났다.

하지만 이런 세월의 흐름이 무색할 만큼 데뷔 초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이가 있다.

바로 3기 김우병(46세, 일산팀)이다.

1972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47세인 김우병은 남강중과 영등포공고 시절 잠깐 사이클 선수생활을 경험했지만 흔한 입상 기록조차 없어 사실 무늬만 선수였다.

당연히 변변한 실업팀에도 입단하지 못했지만 자전거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달랐다.

고교 졸업 후 각종 동호회를 거치며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3기로 당당히 입문해 그토록 소망하던 프로 경륜 선수가 됐다.

훈련원 성적은 42명 중 8위로 언뜻 보면 준수한 성적이다.

하지만 3기는 역대 기수 중 최약체로 평가받을 만큼 비 선수 출신이 많았고 덕분에 ‘외인부대’ 별칭도 얻었다.

국가대표 출신들이 즐비한 2기나 대부분 공백없이 아마에서 프로로 직행한 젊은피 4기들에 비해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우병은 운동선수치고는 작은, 신장 168㎝에 몸무게는 70㎏에도 못 미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우병은 전매특허인 선행 전법을 내세워 알토란 같은 성적을 올리며, 선발에서는 강자, 우수급에서는 복병으로 활약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꾸준함’이다.

그동안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경륜 그랑프리와 각종 대상 경주를 휩쓸며 벨로드롬의 지존으로 군림했던 지성환과 현병철은 물론, 동기들 중 수석으로 졸업한 도로 제왕 용석길도 세월을 이기지 못해 결국 선발급으로 추락했고 상당수의 국가대표 출신들이 물론 자의도 있지만 성적 불량으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기도 했었다.

그러나 김우병은 달랐다.

데뷔 초 김우병이 가장 혈기 왕성했던 1996년에는 승률이 11%, 연대율 22%였다.

가장 잘나가던 때는 2012∼2013년으로 승률 27%, 연대율 45%다.

올 시즌 성적은 승률 19%, 연대율 41%로 데뷔 초나 전성기 때와 거의 차이가 없는 성적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기 내용이다.

경륜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선행과 같은 자력 승부에서 마크 추입 같은 기교파로 변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운동선수로는 환갑을 넘어선 나이임에도 김우병은 자력 승부를 통한 입상률이 50%에 달한다.

이는 남의 도움 없이 순수 본인의 힘으로 달성한 성적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그 덕분에 과거 올려보던 선수들이 지금은 본인 뒤에 붙어가려 애를 쓰는 진풍경이 벌어지는가 하면 아직까지 웬만한 경주에서 위치 선정도 큰 어려움이 없다.

노장이지만 그만큼 대우받고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2002년 제 1회 굿데이배, 2005년 제10회 SBS스포츠채널배 선발 대상에서 2위에 입상하기도 했고 올해 4월 훈련지 대항전에서는(북부그룹) 최장수 선수로 우승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쯤 되면 ‘세월에 장사 없다’란 말이 김우병에게 만큼은 통하지 않는 듯하다.

같은 등급 내에서 꾸준한 성적을 그것도 같은 전법으로 20년간 유지하는 선수는 거의 전무하다.

농담처럼 후배들로부터 ‘어디 불로초라도 드시냐?’라는 소릴 듣는 이유기도 하다.

당연히 불로초는 없다.

그저 몸에 해로운 일을 삼가고 하루도 거르지 않는 꾸준한 연습만이 비결이다.

나이에 따라 훈련방법이나 체력 관리를 달리하는 것은 그만의 연구와 노하우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김우병의 최종 목표는 1기 허은회, 장보규에 못지 않은 최장수 선수로 남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경륜 원년전문가로 오랫동안 김우병을 지켜본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경륜은 개인의 능력 못지 않게 승패에 있어 연대적 부분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김우병은 흔한 인맥조차도 없다”며 “이런 불리함까지 극복하며 늘 한결같은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놀랍고 이는 타의 귀감이 되기 충분할 정도이며 화려하진 않아도 벨로드롬에 꼭 필요한 보석 같은 존재”라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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