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 조회까지 당한 ‘병장’ 제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상병’ 제대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당신’이란 호칭 때문에 한바탕 말싸움을 벌였다.

국회 법사위에서 사법부를 싸고도는 판사 출신 법사위원장인 여 의원을 향해 박 의원이 "위원장이 사회만 보면 되지 무슨 당신이 판사냐"고 지적하자 여 의원은 "당신이? 뭐하는 거야 지금! 당신이라니!"라고 발끈했다.

‘당신’의 사전적 풀이는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등이다.

시대가 거칠어지면서 ‘당신’의 쓰임이 막말로 바뀌었다.

상대를 높여 부르려거든 ‘당신’ 대신 요즘 TV 드라마 덕택에 회자되는 ‘귀하’(貴下)가 괜찮을 듯싶다.

양반(兩班)이란 말도 비슷한 경우다.

본래 사대부 계층을 이르던 이 말이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 ‘남자를 범상히 또는 홀하게 이르는 말’ 등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옥신각신하다 마침내 ‘이 양반’ 소리가 나오고 ‘양반이라니!’라는 대꾸가 오가는 순간 육두문자와 함께 멱살잡이로 이어지기 다반사다.

‘상스럽고 예의 없는 사람’, ‘지체나 신분이 낮거나 문벌이랄 것도 없는 하류계급에 속한 사람’쯤으로 수정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인기 배낭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는 실버세대의 판타지를 자극했고 ‘꽃할배’들은 노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 꽃할배가 정치권에 등장하자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 동행을 거절한 정당대표들을 겨냥해 "이미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점잖게 꾸짖었다.

임 실장의 꽃할배는 선의로 포장됐으나 경솔하다.

큰 정치를 하려면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이 쓰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 오묘하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세 가지가 있다.

흘러간 세월과 시위를 떠난 화살, 그리고 입에서 나온 말이다.

김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