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와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018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비공개 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비공개 논의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면 2차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논의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핵시설 리스트를 북한이 미국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의 대북 압박이 지속되면서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담 결과에 따라 북미 대화 촉진할 수도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의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비핵화 논의에 대한 진전을 끌어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방북 결과 대국민 보고에서 "(김 위원장과) 논의한 내용 중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며 "그런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면 상세히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부분으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논의사항이 가장 먼저 꼽힌다.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로드맵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처럼 핵 관련 시설에 대한 추가 폐기 등 구체적인 행동 계획과 관련된 것이라면, 이를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로 하여금 추가적인 대북 유화조치를 끌어내 비핵화 단계를 촉진할 수도 있다.

이미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특정 핵 시설 및 무기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진행 중인 협상의 세부사항은 이야기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특정 시설들, 특정 무기 시스템들에 관해 이야기해왔다.대화가 진행 중이고, 우리는 이 세계를 위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 물밑 접촉에 더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논의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 미국 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북미 간 대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北의 핵시설 신고 수준문제는 북한의 핵 시설에 대한 신고다.

미국은 핵 시설과 물질, 프로그램 등에 대한 리스트 제출 등 비핵화 초기 실행 조치를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왔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쇄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 조건부 영구 폐쇄 등을 언급했다.

이들 시설은 국제사회에 노출된 시설인데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으로서는 폐기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

문제는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핵시설과 프로그램이다.

강력한 통제력을 자랑하는 북한의 특성을 고려하면, 북한이 마음만 먹는다면 최단 시간 안에 핵 시설 관련 리스트를 미국에 제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선(先)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대가를 받지 못할 위험을 무릅쓰려 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정보능력을 북한이 과소평가해 미국에 제출한 핵 시설 리스트에 일부 시설을 고의로 누락했다가 미국 정보당국이 이를 파악해 북한을 추궁하면 미 대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을 맞을 수 있다.

미국 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을 북한의 핵무력 유지 시도와 이를 차단하려는 미국 사이에 물밑 신경전이 지속되면 비핵화 대화가 길어질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대북 압박 기조도 변수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리는 김 위원장을 오늘날 여기까지 오게 한 경제적 제재, 압박이 비핵화 달성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걸 전 세계에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성명에서 "북한이 유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기만적인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며 "유엔 회원국들은 개인이나 기관이 선박간 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주고받는 행위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불법 활동을 지원하는 어떤 개인이나 기관, 선박들에 대해 국적에 상관 없이 제재를 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제재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