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죄질 무거워” 즉각 수감조치 / ‘약물 성폭행’ 등으로 올초 기소돼1980~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코스비쇼’를 통해 미국인의 아버지로 불렸던 코미디언 빌 코스비(80·사진)가 법원으로부터 최장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촉발된 뒤 미국 유명인 중 유죄가 선고된 첫 사례로, 미 법원은 코스비의 명성이 판결에 어떤 영향도 미쳐서는 안 된다며 즉각 수감 조치를 명령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스티븐 오닐 판사는 25일(현지시간) 코스비에게 약물 투여에 의한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한 유죄를 인정해 징역 3~10년을 선고했다.

코스비는 이 판결에 따라 3년간 복역한 후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으면 최장 10년까지 복역해야 한다.

오닐 판사는 "정의의 시간이 됐다"며 "미스터 코스비, 당신의 유죄는 배심원단에 의해 결정됐고 매우 심각한 범죄로 기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으며, 유명인이든 아니든 다르게 처벌받을 수 없다"며 "약물에 의한 성폭행은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오닐 판사는 고령을 이유로 가택 연금을 요구하는 코스비 측의 주장에 대해 "코스비는 공동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구치소 수감을 명령했다.

법원은 아울러 코스비에게 벌금 2만5000달러(2790만여원)를 부과하고, 그가 ‘성폭력흉악범’(sexually violent predator)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결정에 따라 코스비는 향후 매달 상담을 받아야 하며 성범죄자 목록에 등재돼 해당 지역 학교 및 성폭행 피해자들이 그의 거주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가디언 등 외신은 코스비가 선고 전 발언 기회를 거부했고, 선고 직후에는 변호인단과 웃고 잡담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피해자 측을 변호한 글로리아 올레드는 "그를 고발한 이들에게 긴 여정이었고 우리는 심판의 날이 왔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코스비는 여전히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비는 지난 2004년 자신의 모교인 템플대학 농구단의 직원 안드레아 콘스탄드에게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 등 총 3건의 사건에 대해 올해 초 기소됐다.

오닐 판사는 이날 콘스탄드의 피해자 진술서가 선고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콘스탄드는 진술서를 통해 "멘토, 친구로 생각했던 남성이 나를 공격하면서 내가 알던 인생은 갑자기 멈춰버렸다"며 "사건이 발생한 후 부끄러움이 나를 덮쳐왔고, 나는 나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돼 완벽히 고립됐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