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 함정 39척 항공기 24대 참여 /‘욱일기 논란’ 日 자위대함 빠져 / 中, 美 의식… 뒤늦게 불참 통보 / 준비 과정 국내외적 논쟁 불러 / 기지 앞선 시민단체 시위 ‘몸살’‘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행사의 하나인 해상사열이 11일 오후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함정 39척과 항공기 24대가 참여했다.

관함식은 국가 통수권자가 자국의 군함을 한곳에 집결시켜, 전투태세와 군기를 검열하는 행사다.

1346년 6월 영국 에드워드 3세(Edward III)가 잉글랜드와 프랑스 간 전쟁에 출전하는 함대의 전투태세를 검열한 것이 시초다.

해상사열은 관함식의 꽃으로 불린다.

수많은 함정과 항공기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동시에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산에서 열리다 처음으로 제주해군기지에서 개최된 국제관함식은 준비과정부터 국내외적으로 적잖은 논쟁을 불렀다.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의 함정 파견을 둘러싼 논란이 컸다.

당초 우리 해군은 우리 국민 감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본 해자대에 관함식 참가 함정에 욱일기를 달지 말 것을 요청했지만 일본은 끝내 외면했다.

일본의 불참 통보로 일단락됐지만 한·일 간 과거사의 아픔이 노정(露呈)됐다.

중국은 행사 개최 하루 전 자국 함정 파견을 구두로 전격 철회했다.

국가 간 외교 결례로 중국의 이중적 태도를 상기시켰다.

불참 배경으로 태평양에서 미국과의 힘겨루기 중인 중국이 미국의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CVN-76)의 관함식 참가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만재배수량 11만3600t의 초대형 항공모함이다.

반면 중국이 파견하기로 했던 이지스 구축함(정저우함)은 7100t급이다.

배수량 차이를 넘어 기능 차이가 현저해 비교가 불가능한데도 미국과 대등하기를 원하는 중국이 아예 불참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레이건호가 지난 3, 4일 동중국해에서 일본의 헬기항모 이즈모함과 미·일 연합훈련을 한 것도 중국의 이런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힘입어 북한에도 관함식 참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역학관계에서 다소 자유로운 러시아는 순양함인 바랴그함(1만1000t)과 구축함인 애드미랄펜텔레예브함(8600t), 지원함인 보리스부토마함(2만3000t) 등 3척을 보냈다.

이날 관함식 해상사열에는 맨 앞에서 우리 최영함(DDH-Ⅱ·4400t)이 인도하고, 제일 덩치가 큰 로널드 레이건호는 가장 후미에서 한·미동맹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국내적으로도 제주 국제관함식 개최는 잡음이 적잖았다.

관함식 개최가 평화의 섬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실제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 200명은 지난 10일부터 해군기지 입구에서 반대시위를 펼쳤다.

전날에는 놈 촘스키 교수 등 35개국 시민사회 인사들이 제주 국제관함식 반대 성명을 내 이들을 지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관함식에서 해상사열을 받는 것을 두고서 여권에서조차 문제가 제기됐다.

개최지를 부산·진해 등으로 옮겨야 한다는 정부 내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관함식을 열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의지와 대통령 참석을 계기로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강정마을의 해묵은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쪽에 힘이 실리면서 제주 국제관함식은 어렵사리 성사됐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