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랄 때 발칸반도에서는 전쟁이 많이 일어나고 정치적으로 불안했습니다.저희 가족과 나라 전체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음악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걸 경험했습니다.기타를 더더욱 사랑하게 됐죠."몬테네그로 출신의 젊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밀로쉬 카라다글리치(사진)가 10월 19∼28일 제29회 이건음악회 무대에 선다.

19일 인천을 시작으로 고양, 광주, 대구, 서울, 부산에 들른다.

이건음악회는 종합건축자재 기업 이건이 1990년부터 매년 사회공헌 차원에서 열고 있는 무료 초청 클래식 공연이다.

공연에 앞서 1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밀로쉬는 어린 시절 듣는 사람을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음악의 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님이 음악을 전공하신 건 아니고 기타도 우연히 접했다"며 "어릴 때는 록스타가 되고 싶었고, 클래식을 전공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분쟁 지역에서 자라며 음악에서 위안을 얻은 밀로쉬는 "제가 그런 배경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가족·친척들처럼 의사나 변호사, 경제학자 등 다른 직업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음악의 힘을 깨닫고 음악을 통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처음부터 기타에 흥미를 느낀 건 아니다.

그는 "음악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 엄격하셨다"며 "악보도 읽어야 하는 등 혹독하게 가르쳐주셔서 재미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8살 때였다.

"아버지께 ‘나 안 배울래’ 했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네가 연습해서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되면 어떤 음악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줄게’ 하시면서 유명한 기타리스트 세고비아의 ‘아스투리아스’ 연주를 들려주셨어요. 그 음악을 들으면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어요. 6개의 줄, 10개의 손가락만으로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까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때부터 열심히 연습했습니다.세고비아처럼 아름답게 연주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어요. 제가 음악을 하면서 가장 크게 즐거울 때는 클래식에 크게 관심 있지 않은 대중 앞에서 연주하는 순간입니다.청소년들이 음악을 많이 접하고 제가 느낀 감동을 느껴봤으면 합니다."이후 연습에 매진한 밀로쉬는 11살에 몬테네그로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16살에 영국왕립음악원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2007년 영국 찰스 왕세자가 장래가 촉망되는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프린스 프라이즈 실버 메달을 기타리스트 최초로 받기도 했다.

2011년에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데뷔 앨범을 발매해 주목 받았다.

이 앨범으로 그는 ‘1950년대 줄리안 브림과 1960년대 존 윌리엄스 이후 가장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클래식 기타리스트’라는 평을 받았다.

뛰어난 실력에 수려한 외모를 겸비한 그는 데뷔 후 6년간 쉼 없이 세계 무대에 섰다.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데뷔 후 6년 동안 미친 듯이 일했다 싶을 만큼 쉬는 시간이 없었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만 했다"며 "그 즈음 팔 부상을 겪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부상을 ‘내 몸을 돌봐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음악은 자판기 뽑아내듯 쭉쭉 나올 수 있는 게 아닙니다.쉬는 시간이 없으면 음악을 창출하기가 힘들어요. 누가 강요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내 내면에서 우러나오니까요. 아티스트에게 부상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경험입니다.하지만 부상은 제가 한 걸음 물러나 몸 상태를 살피고 제 삶과 음악을 성찰할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제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도 깨닫게 됐어요. 부상을 극복한 후 음악과 삶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다시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관객과도 더 많이 교감하게 됐고, 관객도 제 음악에서 더 깊어진 부분을 발견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이번 공연에서 그는 바흐 프렐류드를 비롯해 그라나도스 ‘12개의 스페인 무곡’, 로드리고 ‘어느 신사를 위한 환상곡-에스빠뇰레따’, 피아졸라 ‘리베르탱고’, 비틀스 ‘히어 컴스 더 선’ ‘더 풀 온 더 힐’, 도메니코니 ‘코윤바바’ 등을 들려준다.

그는 비틀스를 고른 데 대해 "저는 늘 팝 음악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비틀스는 단순한 팝 음악 이상이고, 팝 음악의 고전이다.150년 전 슈만이 유명했다면 지금은 비틀스가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윤바바’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작곡가 도메니코니 곡"이라며 "몇 년 전 들었는데, 제가 지중해에서 자랐기에 이 곡을 듣고 지중해 바다가 연상됐다"고 소개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