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외교·안보팀 내 파워 게임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왔다.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 ‘미스터 예스맨’(Mr. Yes-man)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고, 패자는 미국의 국가 이익과 안보를 내세워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왔던 ‘미스터 노맨’(Mr. No-man)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다.

매티스 장관은 오는 11월 6일 중간 선거가 끝난 뒤에 교체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정설이다.

매티스 장관의 퇴장은 단순히 미국 국방부 장관의 교체에 그치지 않고, 한·미 동맹 관계, 미국의 북핵 협상과 한반도 정책 등에 심대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이 한·미 동맹 관계와 주한 미군 주둔 등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에 제동을 걸어온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매티스 장관이 떠나면 한국으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안정의 상징 매티스 국방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최신 안보 우려, 매티스 없는 트럼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안정의 상징’이었던 매티스 국방장관의 예상되는 퇴진에 공화, 민주당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권뿐 아니라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도 매티스 장관 교체가 몰고 올 파장을 가늠하느라 분주하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는 외교·안보 분야에 문외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기존의 국제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파격적인 지시를 수시로 내린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간 ‘공포, 트럼프의 백악관’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한·미 동맹의 수호자로 활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 통보를 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 협정 파기 사태를 막으려고 "김정은이 우리 국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고, 우리는 동맹국인 한국이 필요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 연간 10억 달러를 쓰느냐고 화를 내면서 사드 철수를 지시했다.

매티스 장관은 "한국을 위해 사드를 배치한 게 아니고, 한국이 우리를 돕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을 돕는 것"이라고 트럼프를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에는 주한 미군 철수 필요성을 제기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때에도 "주한 미군이 3차 세계 대전을 막기 위해 있는 것이고, 만약 철수한다면 우리 동맹국들이 우리에 대한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트럼프를 말렸다.

◆외교·안보팀의 외톨이 매티스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팀을 강경파 일색으로 재편하면서 설 땅을 잃었다.

매티스 장관은 렉스 틸러슨이 국무장관으로 재임할때에는 그와 손을 잡고, 대북 군사 공격 시나리오인 ‘코피 전략’을 입안한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를 견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자신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장한 ‘예스맨’ 마이크 폼페이오를 앉혔다.

국가안보보좌관 자리는 북핵 문제에 ‘리비아 모델’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슈퍼 매파’ 존 볼턴이 꿰찾다.

매티스 장관은 이제 외교·안보팀에서 외톨이로 전락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벌어져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폴리티코는 "매티스 장관 후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과도한 변덕에 잘 복종하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목소리가 없는 폼페이오미국의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은 이날 ‘마이크 폼페오의 세계관? 트럼프 하는 대로 따라 하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언제나 트럼프 대통령 뒤에서 일렬행진을 한다고 보도했다.

애틀란틱은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뿌리 깊은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현재 트럼프 정부에서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포인트 맨’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권이나 종교 자유 수호에 앞장서는 복음주의파 기독교도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려했던 틸러슨 전 국무장관,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은 모두 떠났다"고 지적했다.

달더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패턴을 볼 때 폼페이오가 쫓겨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