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기원부터 미래 전망까지를 여러모로 분석한 증권가 보고서가 나왔다.

한류의 원동력이 억압된 문화에서 탈피하려는 예술인들의 노력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미디어·엔터 담당)의 ‘신(新) 한류, 불타오르네’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2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산업과 방송산업의 올해 수출액은 각각 8.7%, 11.3% 성장이 예상된다.

수출액 추이를 봐도 2013년 49억2000만달러에서 매년 성장 거듭해 지난해 68억9000만달러 달성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2.7%)보다 빠르게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한류의 성장 시발점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서 찾는다.

한 연구원은 "IMF 이후 국내 음악산업이 구조적 침체를 겪었고 이것이 음반관련 기업이 해외진출을 하는 촉매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류(韓流)의 어원에 대해 "중국 내에 해외 문화에 대한 우려로 사용된 한류(寒流)의 변형이라는 설과 한국 정부가 한국 문화 열풍을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라는 의견 등이 분분하다"며 고 밝혔다.

아직 정설은 없다.

다만 한류라는 용어는 1990년대 이후 등장했다는 데 큰 이견은 없다.

증권가 리포트로는 독특하게 한류의 성공원인을 수치적인 분석뿐만 아니라 역사·정서·사회·정책 관점에서 다양하게 접근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는 역사적으로 억압과 침략이 주를 이룬 한국의 근현대사로 인해 대중문화가 억압으로부터의 탈피, 자유에 대한 의지를 내포했다.

경제성장과 문화 성숙으로 자유를 표출하는 한류만의 독특한 특성으로 발현돼 세계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주장이다.

그 예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교실이데아 등을 꼽았다.

방탄소년단(BTS)도 청소년을 억압하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겠다는 의미의 팀 이름에서부터 그 의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 연구원은 정서적 관점에서는 가족애, 정, 가부장주의를 예를 들었다.

한국 드라마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밑바탕에 이런 정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유교적 특성으로 인해 겪게 되는 세대간의 갈등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해소되는 결말은 한국적인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사전검열제도가 외부 문화를 차단하는 부정적 역할을 했지만 반대로 한국 음악과 영화에서 은유, 비유 등의 표현을 발현시키는 촉매가 됐다고 봤다.

이러한 한국 문화의 특성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에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유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한국음악(K-POP)이 인기를 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정책적 관점에서 한류는 문화를 넘어 한국 상품의 수출 확대에도 기여했다.

정부도 한류를 문화 활동으로만 보지 않고 기간 산업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양질의 콘텐츠 수급을 위한 모태펀드 출자로 확인된다.

보고서는 최근 한류의 성장 동력을 소셜미디어(SNS)와 한글의 힘에서 찾았다.

BTS가 2년 연속 빌보드 탑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는데 이는 SNS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온라인 미디어만으로도 글로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2012년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일으킨 세계적인 인기, SNS를 활용한 마케팅에 성공해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한 BTS는 한류 확산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류 열풍의 또 다른 이유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기가 일본어 학습으로 이어진 사례처럼 최근에는 국내 유학생 증가와 한글이라는 언어에 대한 관심이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산한 결과라고도 분석했다.

국립국제교육원 자료를 보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는 1997년 첫해 2692명에서 2000년대 한류 바람을 타고 늘어나기 시작해 2017년 29만638명으로 20년 만에 108배가량 폭증했다.

한 연구원은 "한국어라는 자국어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언어의 위상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보고서 결론에서 "미디어 산업의 본질은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에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의 지배력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결국 플랫폼의 경쟁력도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유통하는 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주목받는 매체로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서비스)를 언급했다.

OTT 사업의 핵심 역량이 다량의 콘텐츠 확보 능력이다.

또 다른 채널로는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1인창작자를 지원관리하는 사업)을 언급했다.

MCN의 성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확대 △창작자들의 권한 확대 △1인 콘텐츠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 등을 지목했다.

"MCN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자유로운 소통 콘텐츠를 만들어 대기업형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선도하던 미디어 산업에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 연구원은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사진=유진투자증권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