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재판개입 등 혐의 전면부인 고수 / 검찰선 ‘사법농단 정점’ 입증 자신감 / 영장실질심사과정 치열한 공방 예고 / 원, 구속 허가 땐 잘못 시인 모양새 / 기각 땐 ‘제식구 감싸기’ 비난 불보듯 / 법조계선 구속 가능성 대체로 낮게 봐사법부의 최고 수장이었던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결국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법원 관계자들에 대해 지금까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온 법원이 이번에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법률전문가인 양 전 대법원장과 검찰 간의 구속 필요성을 두고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금까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조서열람에만 36시간 30분을 할애했다.

식사와 휴식 시간을 포함해 검찰 조사를 받은 27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다.

구속영장 청구를 예견하고 자신의 혐의를 법리적으로 따져보는 등 불리할 수 있는 부분과 검찰의 증거를 세밀히 살펴보기 위한 양 전 대법원장의 전략으로 보인다.

과거 사법부 수장이자 대표적인 법률전문가로 손꼽혔던 양 전 대법원장과 검찰이 영장실질심사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검찰은 이날 구속영장 청구 배경으로 "사법농단의 최고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이 단순히 보고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범행을 지시했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부하직원들의 드러난 혐의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한 일을 알지 못한다"고 일관되게 진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지시를 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고 죄가 되지 않는다"는 등의 법리를 이용한 무죄 주장까지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사법농단 관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사실상 사법농단에서 핵심 피의자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혐의를 충분히 입증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이 이날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A4 용지로 260여쪽에 달한다.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 230여쪽보다 분량이 더욱 늘어났다.

특히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박병대(62) 전 대법관의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일부 혐의를 인정한 고영한(64) 전 대법관의 영장재청구를 포기한 것은 법원과 무리한 기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원은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의 공모 혐의가 있다고 본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물론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까지도 수차례 기각한 바 있다.

앞서 박 전 대법관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영장 발부와 기각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법원은 난감한 처지가 됐다.

영장 발부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허가하면 검찰이 수사해온 사법부의 재판 개입 등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기각될 경우에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는 대신 이번에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은 고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일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후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들어왔다"며 "법률전문가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이번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간의 치열한 공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건호·배민영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