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탄력근로시간제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경사노위는 그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사노위의 첫 결실이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지난해 7월 시행한 주52시간 근로제 의무화 이후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 중 하나였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선 사안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합의안을 뜯어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눈에 띈다.

우선 탄력근로제 도입 시 근로자 대표의 서면 합의를 받도록 한 대목이다.

현행 3개월짜리 탄력근로제도 노조의 반대로 도입률이 3.2%에 불과한 상황에서 강성 노조들이 탄력근로제 확대에 순순히 응할 리 만무하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막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사용자가 노동자의 임금 하락을 막기 위한 보전 방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키로 한 것은 친노조 조항이란 지적이 있다.

기업으로선 전체 근로시간이 동일한데도 추가 인건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합의는 당초 탄력근로 기간 1년을 주장한 기업들의 요구에는 한참 못 미친다.

신제품 개발을 해야 하는 연구개발(R&D)이나 시공·정비에 시일이 걸리는 건설·정유·화학 업종에서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상당수 선진국에선 1년짜리 탄력근로제를 채택하고 있다.

게다가 선진국들은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도입해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열심히 뛰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발목이 묶여 있으니 기업 경쟁력이 살아날 턱이 있겠는가.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어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빠른 시일 안에 국회를 소집해 합의안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여야는 조속히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주52시간 근로제 위반에 대한 처벌 유예기간은 내달 말로 끝난다.

여야 정쟁으로 입법이 늦어지면 수많은 기업이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경사노위 합의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탄력근로제 연장 서면합의와 같은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일이다.

여야가 기업 경쟁력 제고라는 국익 관점에서 결단을 내릴 때 정치권에도 희망이 있다고 여기는 국민이 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