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3만달러 고지를 넘어서면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성장의 결실'을 누려야 할 국민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경제 지표에서 고용부진과 소득양극화의 구조적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8년 4 분기 국민소득(잠정) 기자설명회'에서 신승철 국민계정부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받아온 3만달러를 돌파했다.

여기서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로, 통상 한 나라의 국민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10년내 4만달러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무작정 축배를 들 순 없는 상황이다.

성장률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에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온 데다, 3만달러라는 최대치에도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목소리가 더 높다.

이번에 발표된 GNI의 호재를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이 지표가 정부와 기업 소득을 포함하고 있어, 순수하게 가계소득의 증가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부자나라 가난한 국민'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 지난해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GNI는 전년대비 1.0% 증가에 머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008년(0.1%) 이후 가장 증가율이 낮았다.

체감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용시장의 경우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눈높이만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 지표로 불리는 '고용탄성치'는 지난해 0.13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0.518 이후 최저였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노동집약형 산업에서 자본·기술 집약형 산업으로 옮겨가면서 노동력이 줄게 됐고,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나마 고용효과가 큰 자동차와 조선 산업은 업황 부진에 허덕이면서 고용을 추가로 늘리지 못했다.

고용 부진이 산업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해결책을 찾긴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 예상치는 14만명으로, 석 달 전(16만명)보다 2만명 적게 잡고 있다.

1년 전의 29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가계소득 격차도 역대 최악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가운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7.7%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932만4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10.4% 늘어났다.

이에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 평균으로 나눈 비율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2003년 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의 둔화로 앞으로의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GNI를 제외한 나머지 지표들이 줄줄이 좋지 않게 나왔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2.7%로, 지난해에 이어 2년째 3%대 성장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명목 GDP는 1782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명목 GDP 성장률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1.1%)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명목 GDP 성장률 둔화는 유가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이 악화 등의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포괄적인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0.3%였다.

GDP 디플레이터는 2006년(-0.1%) 이후 가장 낮았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우리보다 3만달러를 먼저 달성한 6개국을 살펴보면 이후 4만달러를 달성한 국가도 있지만, 3만달러에서 제자리걸음에 머문 국가도 있다.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GNI는 가계소득 이외의 요소도 포함하고 있어 체감경기와 다를 수 있다.체감경기가 좋아지기 위해 가계소득 양극화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소득분배지표가 나빠지면서 (3만달러 돌파를) 체감할 수 있는 이는 적을 수밖에 없다"며 "저소득층의 경우 더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