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인당 GNI 3만1349달러 / 2만달러 넘은 지 12년 만에 기록 / ‘원화강세 인한 착시현상’ 평가 / “선진국 진입으로 보기 어려워” / 고용 참사·소득양극화 심화 탓 / 가계·기업은 ‘당장 먹고살 걱정’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약 3376만원)를 넘어섰다.

2만달러 벽을 돌파하고 3만달러로 올라서는 데 12년이 걸렸다.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 기준으로 간주되지만 고용과 경제성장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는 데다 소득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어 국민 대다수는 3만달러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349달러로 전년(2만9745달러)보다 5.4% 늘었다.

1인당 GNI 3만달러는 선진국 수준의 생활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우리 경제가 목표로 삼아왔던 지표다.

지난해 1인당 GNI가 증가한 것은 꾸준한 소득 증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2.7% 하락하는 원화 강세의 영향이 컸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1인당 GNI는 2006년 2만달러를 돌파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 2009년에는 2만달러 밑으로 추락했다가 2011년 2만달러를 다시 넘어서는 굴곡을 거쳤다.

12년의 세월이 걸리긴 했지만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7년 기준(3개년 평균 환율 적용)으로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넘은 곳은 25개국뿐이어서 한국의 성과는 괄목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넘은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이러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3만달러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국민 생활이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됐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소득은 환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금은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2014년 3.3%에서 2015년 2.8%, 2016년 2.9%로 낮아졌다.

2017년에는 3.1%로 올라섰지만 지난해에는 2.7%로 다시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4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추기도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장기 비전 없는 땜질식 일자리 정책 등으로 인한 고용참사 등이 우리 경제성장을 짓누를 경우 성장률은 머지않아 2%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본격적인 선진국이 되려면 3만달러대를 빠르게 돌파하고 성장세가 더욱 확대해야 하는데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은 선진국 주변에 머물러 있을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가계, 기업은 3만달러 시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고용 악화, 소득 양극화 탓에 서민, 저소득층이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해서다.

지난해 2017년 대비 취업자는 9만7000명 늘어 글로벌 금융위기에 시달리던 2009년(8만7000명 감소) 이후 최소였다.

실업률도 3.8%로 2001년(4.0%) 이후 가장 높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구 월평균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전년 대비 역대 최대인 17.7% 감소했다.

반면 최상위 20%(5분위) 가구 명목소득은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10.4%)으로 늘었다.

대중음식점을 운영하는 J모(59)씨는 "3만달러 시대니, 선진국과 같은 생활이니 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며 "경기는 날로 어려워지니 하루 하루 먹고 사는 게 힘겹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