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교민들 “수차례 목격” 증언 / 靑 “말聯 정부서 문제제기 없어” / 잇단 실수에 안일한 대응 논란최근 말레이시아 국빈방문에서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제기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 실수가 두 차례가 아닌 최소 4차례에 걸쳐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20일 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중에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말을 해 결례를 범했다는 세계일보의 전날 단독보도에 대해 “현지어 인사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며 “두 개의 행사장에서 잘못된 인사말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현지 공관과 상황 파악을 체크했다”며 “관련해서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의 관련 질의에 “현지에서 실무적으로 실수가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당 백승주 의원의 질의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로서 참 아픈 실수”라며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과 달리 인사말 실수는 혼선에 따라 두 차례 발생한 게 아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복수의 현지 교민들과 학자들은 문 대통령이 3개의 행사장에서 최소 4차례에 걸쳐 인사말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방문 첫날인 12일 첫 공식 일정에 나서 쿠알라룸푸르 시내 대형쇼핑몰인 원우타마에서 열린 ‘한·말레이시아 한류·할랄 전시회’에 참석했다.

우리 외교·통상 당국은 당시 행사에 NCT드림·하지원·이성경 등 한류 스타와 K-팝 팬들, 현지 교민들을 대거 초청했다.

교민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후 4시 무렵 참석자들을 향해 “슬라맛 말람”(말레이시아 저녁 인사)이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방문국 국민들에게 친근함을 표현하고자 애써 현지말을 건넸지만, 외교 의전 라인의 잘못으로 결례를 범한 셈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밤 7시 쿠알라룸푸르의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했다.

교민회장과 체육회장, 말레이시아 일부 인사들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청와대는 이번에도 실수를 방치했다.

당시 영상을 살펴보면 문 대통령은 저녁인 7시와 8시에 “슬라맛 프탕”(오후 인사)이라고 인사했다.

오후 인사를 해야 할 때는 저녁인사를, 저녁에는 반대로 오후 인사말을 건넨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13일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에서 열린 ‘한·말 정상회담’에서는 “슬라맛 소르”(인도네시아 인사말의 영어식 발음)로 오후 인사를 건넸다.

말레이시아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어로 된 문 대통령의 인사말에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참석자들은 순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 행사와 영상을 보았다는 우리 기업의 법인장은 “문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본 마하티르 총리의 표정이 순간 경직됐으며, 원우타마에서 열린 전시회를 찾은 말레이시아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때 정적이 흘렀다”고 밝혔다.

고영훈 한국외국어대 아시아언어문화대학장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영상을 보면 청와대가 인사말 실수를 한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고 학장은 그러면서 “현지 정부의 항의가 없었다는 점에 안심할 게 아니라, 나중에 다른 나라 방문에서는 이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선형·홍주형·박현준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