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朴정부 청와대와 '재판 거래' 공시장에 적시 / 판단은 차일피일 미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끝에 전·현직 법관 다수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검찰은 ‘재판 거래’ 상대방으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주장을 관련자 공소장에 적시해놓고도 정작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단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셈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 사법부’가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내용은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그 밑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공소사실에 들어있다.

검찰 조사 결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4년 10월 박 전 대법관을 공관으로 불러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강제징용 재판 절차를 늦추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도 배석했다고 한다.

원래 이 사건은 1·2심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이후 서울고법이 원고 승소 판결로 뒤집은 뒤 재차 사건을 대법원으로 보낸 것 인만큼 소송 절차를 길게 진행할 것 없이 확정 판결만 남겨놓은 상태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대법원은 청와대의 요청 이후 사건을 소부에서 전원합의체로 넘긴 데 이어 5년 간 확정 판결을 미뤄왔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최대 역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 및 법관 해외 파견처 확보 등에 정부 차원의 혜택을 받으려고 제3자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민사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의 성격이 ‘재판 거래’로 규정된 결정적 이유다.

이밖에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2월 ‘비선진료’를 맡던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아내 박채윤씨로부터 ‘의료용 실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듬해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관련사항을 잘 살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우 전 수석 등은 ‘양승태 사법부’로부터 사건 진행 경과와 법률 자문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또한 사실이라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 사법부가 특정 소송관계인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법인을 자처했다는 말이 된다.

검찰은 각종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하고, 박·고 전 대법관을 불구속 기소해 이미 정식 재판 단계에 돌입했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여태 없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본류’격인 전·현직 법관들 수사부터 마무리한 이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